[국제] 19년 만의 국빈 방미…찰스 3세 ‘왕실 외교’ 美·英 냉기류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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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두 번째)과 커밀라 왕비(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커밀라 왕비와 함께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하며 나흘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국왕의 국빈 방미는 2007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19년 만이다.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19차례 미국을 찾은 적은 있지만 2022년 국왕 즉위 이후 미국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군사작전 동참을 요구할 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미온적 반응을 보이면서 냉기류가 흐른 양국 관계가 찰스 3세 국왕 방미를 계기로 긴장 완화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오른쪽)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영국 커밀라 왕비(왼쪽)와 찰스 3세 국왕을 각각 환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부부, 英 국왕 부부 직접 맞아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 백악관을 방문한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환대했다. 백악관 남쪽 현관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차량에서 내린 찰스 3세 국왕에게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했고, 멜라니아 여사는 국왕 부부와 가볍게 볼을 맞대며 인사했다.
찰스 3세 국왕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한 뒤 백악관으로 들어가 비공개 티타임을 갖고 정원 투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양봉 애호가인 이들을 위해 백악관 모형의 벌통을 공개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두 번째)과 커밀라 왕비(왼쪽)가 백악관 모형의 벌통을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세 번째)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봉 애호’ 국왕 위해 벌통 공개 이벤트
영국 왕실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버킹엄궁 정원에는 네 개의 벌통이 있고 왕실 부부 공식 거처인 클라렌스 하우스 외부에 두 개의 벌통이 더 있다. 커밀라 왕비는 여기서 생산된 꿀을 영국의 고급 백화점인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에 판매하며 이를 통해 자선기금을 마련한다. 찰스 3세 국왕은 차에 꿀을 타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방미 이틀째인 28일에는 찰스 3세 국왕이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뒤 연방 의회를 찾아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하고, 이후 백악관 국빈 만찬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3박 4일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이어 사흘째인 29일에는 뉴욕의 맨해튼 9·11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를 애도하고, 마지막 날인 30일 워싱턴 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한 뒤 영국령 버뮤다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간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과 커밀라 왕비(왼쪽 두 번째)가 백악관 그린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부부와 티타임을 갖고 있다. AFP=연합뉴스
찰스 3세, 미 독립 250주년 기념 방문
찰스 3세의 국빈 방문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영국 방문에 이은 것으로, 1776년 미국 독립 선언으로부터 2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양국의 깊은 역사적 유대 관계와 전통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맹 관계를 재확인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찰스 3세의 이번 방미는 미·영 관계가 틀어졌던 1957년 직전 당시 국왕이자 모친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 것과 상황적 배경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56년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에 반발한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서자 당시 미국이 강하게 반대하고 재정적 압박을 가하면서 미·영 관계는 경색됐다. 그러나 다음 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국빈 방미에서 여왕 특유의 ‘소프트 외교’를 펼치면서 양국은 불신을 해소하고 긴장을 푸는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르무즈 파병 거부’ 이후 양국 냉기류
27일(현지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과 커밀라 왕비가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커밀라 왕비의 분홍색 코트 위에는 미ㆍ영 국기가 새겨진 브로치가 달려 있다. 찰스 3세의 모친이자 직전 국왕인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57년 미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받은 선물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찰스 3세의 이번 국빈 방미도 미·영 관계가 냉각된 시기 이뤄진 것이다.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 야심을 드러내며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양국 관계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한 군사작전을 지원해 달라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스타머 영국 총리가 “더 큰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절하면서 한층 악화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스타머 총리에 대한 실망감을 여러 차례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찰스 3세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양국 관계 회복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정부 관계자들과 버킹엄궁 측 인사들은 국왕이 일상적인 정치나 외교 정책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면서도 “이들은 비공식으로는 국왕의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사이 긴장을 풀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커밀라 왕비, 양국 국기 새겨진 브로치 부착
이날 커밀라 왕비가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분홍색 코트 위에 매단 카르티에 브로치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브로치는 5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선물로 양국의 국기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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