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봄데가 그리운 부산, 추락이 두려운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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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경문 감독(왼쪽 사진)과 롯데 김태형 감독. [뉴스1]
“이젠 ‘봄데’라는 말도 그립기만 하다.”
부산 출신의 30대 수도권 직장인 류한 씨는 프로야구 중계 보는 날이 확 줄었다. 뱃속에서부터 응원한 롯데 자이언츠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씨는 “그래도 봄엔 성적을 내는 맛이 있었는데 올핸 통 이기는 경기가 없다”며 한숨이다.
부산만큼 대전의 한화 이글스 팬들도 괴롭다. 지난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의 진출을 목격하며 환호했지만, 올해 낯 뜨거운 경기가 속출하며 다시금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4월 28일, 한화와 롯데는 반 경기 차 3위와 4위로 선전하고 있었다. 선두 LG 트윈스와 4경기 차. 개막 초반부터 KBO리그 흥행의 쌍두마차로 나섰던 당시와 비교하면 올해는 ‘잔인한 4월’이다. KBO의 대표적인 인기 구단 롯데와 한화를 한데 묶는 수식어가 있다. ‘영원한 동맹.’ 오랜 세월 가을야구와 인연이 끊기며 부진을 함께 나눠온 팬들 사이에서 생겨난 자조적 표현이다. 그런데 두 팀의 고통은 결이 다르다.
롯데 팬의 분노는 만성적이다. 2017년 이후 10년째 사직구장 응원 소리는 KBO 최고 수준인데 팀 성적은 줄곧 바닥이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온도 차가 크다 보니 최근 일부 홈 팬들 사이에서 “오는 30일까지 무관중 운동을 벌여 팬들의 실망감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화 팬의 좌절은 추락의 공포다. 17년 암흑기를 힘겹게 버텨 드디어 한국시리즈 문을 두드렸는데, 에이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가 메이저리그로 떠나자마자 다시 힘없이 내려앉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롯데는 꼴찌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45로 리그 1위인데 팀 타율은 0.241로 9위, 득점권 타율은 0.199에 그친다. 그런데도 올 시즌 사직구장 평균 관중은 약 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오히려 3000명이 늘었다. 다만, 스탠드에서 들려오는 함성은 응원이 아니라 장탄식일 때가 많다. 사직에서 만난 김모(53)씨는 옆자리에 앉은 아들을 바라보며 “우승의 기쁨 대신 고통만 물려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롯데는 경기장 밖 사건 사고가 많았다.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 기간 중 일부 선수들이 불법 도박장에 출입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엔 투수 최충연이 여성 팬에게 외모 비하성 막말을 한 영상이 공개돼 거듭 시끄러웠다.
상대적으로 한화의 불상사는 주로 그라운드 안에서 일어났다. 지난 14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KBO 역대 최다 기록인 4사구 18개(볼넷 16개,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준 게 대표적이다. 팬들은 8회초 밀어내기 볼넷으로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하자 일찌감치 대거 자리를 떴다. 홈 13경기 전석 매진이지만 홈 승률은 1할 미만이다.
양쪽 사령탑을 향한 팬들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두고는 핵심 불펜 투수들을 너무 빈번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화 팬들의 반응은 분노보다 해탈 쪽에 가깝다. 결정적인 순간 비디오 판독 기회를 놓치고, 7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를 박빙 상황에 내보내는 상황에 화를 내기보다 실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후반의 한 여성 팬은 “회사에선 김서현을 굳이 투입한 감독의 고집이 문제인지, 감독의 믿음에 끝내 부응 못 한 김서현이 문제인지 격론이 벌어진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두 팀 팬들의 처지를 빗댄 밈이 넘쳐 난다. 롯데 팬은 ‘분노의 화신’, 한화 팬은 ‘해탈한 수도승’으로 표현된다. 유니폼 대신 수의(壽衣)를 입고 경기를 봐야 한다는 한화 팬의 자학적 농담, 성적에 비례해 부산의 소주 소비량이 요동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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