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댁의 뒷문은 안녕하십니까… 마무리가 안 되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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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수술을 받게 된 세이브 1위 LG 유영찬. 연합뉴스

“다음에 태어나도 야구를 꼭 하겠지만, 마무리 투수는 절대 하지 않을 거 같다.”

한미일 통산 59세이브의 주인공 오승환은 지난해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결과로 인해 팀 승패가 갈라지는 압박감의 무게 탓이다. 최근 프로야구에선 오승환의 괴로움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어느 한 팀 할 것 없이 뒷문 불안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국가대표 유영찬과 김택연이 있다. 올 시즌 출발도 좋았다. 유영찬은 세이브 1위(11개)를 질주했다. 두산 김택연은 세이브 기회(3개)가 적었지만 9경기에서 단 1점만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둘 다 0점대다.

하지만 부상이 덮쳤다. 유영찬은 24일 두산전 9회 등판해 강승호를 삼진으로 잡은뒤 팔꿈치를 잡고 주저앉았다. 검진 결과 오른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 진단을 받았다. 핀 고정 수술을 받아 올 시즌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같은 날 김택연은 불펜 투구를 하다 오른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 3주 후 재검진을 받은 뒤에나 복귀 시점을 알 수 있다. 극상근 염좌 진단을 받아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2~3주 후 재검사를 받는다.

둘의 빈 자리는 곧바로 느껴졌다. 두산은 25일 5-3으로 앞서다 9회 4점을 내주고 역전패했다. LG는 26일 두산전, 28일 KT전 2경기 연속으로 연장 10회 결승점을 내줬다. 사정이 급해진 LG는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고우석을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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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막바지부터 제구력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한화 마무리 김서현. 뉴스1

롯데 자이언츠는 기존 마무리 김원중이 교통 사고 여파 등으로 구속이 떨어지자 물러났다. KIA 타이거즈는 정해영이 부진 탓에 2군에 한 차례 다녀왔다. 한화도 김서현이 지난해 막바지부터 이어진 제구 문제가 이어지면서 결국 대체 외국인 선수 잭 쿠싱이 클로저로 나서고 있다. 키움도 좌완 김재웅에서 일본인 투수 가나쿠보 유토로 교체했다.

시즌 초반 불펜의 힘으로 1위를 달리던 삼성은 힘이 떨어졌다. 이 와중에 마무리 김재윤도 주춤하다. 팀이 7연패를 당하는 내내 흔들렸다. 28일 잠실 두산전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NC 마무리 류진욱도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중이다. 키움도 시즌 초반 김재웅을 기용하다 아시아쿼터 외인 가나쿠보 유토(등록명 유토)로 바꿨다. 유토도 아직은 잘 막고 있지만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마무리는 9회에 나와 1이닝을 막지만, ‘불변의 법칙’은 아니다. 28일 경기가 그랬다.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던 SSG 랜더스 조병현은 28일 한화전에서 5-4로 앞선 8회 2사 등판해 잘 막았지만, 9회 동점을 허용했다. KT 위즈 박영현도 LG전에서 3-2로 앞선 8회 2사 2, 3루에 나와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두 투수의 시즌 첫 블론세이브였다.

불펜 투수, 특히 마무리는 롱런하기 힘든 보직이다.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일정 간격으로 준비하는 선발투수와 달리 언제 나갈지 모른다. 특히 다른 불펜투수보다 등판 간격 조정이 어렵다. 앞서있거나 이길 수 있는 경기만 나가기 때문이다.

마무리투수는 보통 빠른 공과 주무기 변화구, 2개 구종 정도로 승부한다. 올 시즌 대다수 소방수들은 보직을 맡은 지 2~3년째다. 그런데 한 시즌에 15번이나 맞붙다보니 상대 타자들은 마무리 투수들의 ‘레퍼토리’를 꿰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상대 분석 시스템이 발달한 현대에는 더욱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올해는 개막 전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선수들이 예년보다 빨리 준비를 한 여파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영찬과 김택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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