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묘한 후위작전 아니다” 유머 속 메시지…찰스 3세, 美 의회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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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미국 국빈 방문 중 의회 연설에서 특유의 유머를 앞세워 초당적 호응을 끌어내며 웃음 속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찰스 3세는 28일(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나는 어떤 교묘한 후위 작전의 일환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 발언은 미국 독립전쟁의 역사적 맥락을 비튼 농담으로, 연설 초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찰스 3세는 연설 내내 ‘영국식 언어유희’를 이어갔다. 찰스 디킨스를 언급하며 “두 도시 이야기”를 ‘두 조지의 이야기’로 바꿔 미국의 조지 워싱턴과 영국의 조지 3세를 연결 지었고, 미국 독립을 두고는 “영국식으로 보면 불과 엊그제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영국 의회의 전통을 소개하며 “국왕이 의회를 방문할 때 의원 한 명을 ‘인질’로 잡아두는데, 오늘 자원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농담으로 웃음을 유도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해 “양국은 언어만 빼고 모든 것을 공유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박수와 웃음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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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마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같은 유머는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웃음을 동시에 끌어내며 경색된 정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는 평가다. NYT는 “다른 사람이 했다면 훈계로 들렸을 내용도 유머 덕분에 부드럽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다만 연설은 단순한 ‘웃음’에 그치지 않았다. 찰스 3세는 “행정부 권력은 견제와 균형의 대상”이라고 강조했고, 1215년 마그나 카르타를 언급하며 법치주의 전통을 짚었다. 이 대목에서는 의원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9·11 이후 집단방위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함께 대응해왔다”고 했고, “내향적 고립주의로 향하라는 요구를 무시해야 한다”고 말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 문제에 대해서도 “핵심 자연 시스템의 붕괴”와 “녹아내리는 북극 빙하”를 언급하며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폴리티코와 워싱턴 포스트는 이런 발언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나토 회의론 ▲행정권 강화 ▲고립주의 ▲기후 정책 등을 겨냥한 ‘완곡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실제 찰스 3세는 왕립해군 복무 경력을 언급하며 영국 군사력을 폄하한 발언을 우회 반박했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으로 정치적 수사보다 실천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군함을 “장난감”에 비유하고, 항공모함에 대해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등 영국 해군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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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를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의 연설을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란 전쟁과 나토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은 여전하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 주도의 군사행동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외신들은 “찰스 3세가 유머를 외교 수단으로 활용해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공개적 충돌 없이도 입장을 드러낸 사례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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