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유조선 통과시켜준 이란, '닛쇼마루 사건' 강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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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월 17일 일본 가와사키의 게이힌 공업지대에서 한 소형 유조선이 정유소 근처를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개월간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일본 유조선이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일본 정부는 ‘교섭 성과’라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들은 대형 유조선 ‘이데미쓰마루(出光丸)’가 28일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고 29일 전했다. 이데미쓰마루는 일본 대형 정유사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 소속 선박으로 200만 배럴의 원유를 적재해 나고야로 향하려던 중 지난 2월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발이 묶인 상태였다.
이날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데미쓰마루 소식을 전하며, “일본으로 향하는 선박이 페르시아만에서 나온 것은 처음”(아사히신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달 초 일본 상선미쓰이(商船三井) 소속 선박 3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적은 있지만, 모두 LNG(액화천연가스)와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이었으며, 목적지도 일본 외 지역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이데미쓰마루의 통과는) 현재 봉쇄 상황에서 일본의 대형 정유사가 소유한 초대형 원유탱커(VLCC)가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교섭한 성과”라며 “(그간 이란 정부가 요구했던) 통항료는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통과한 유조선이 이데미쓰코산 소속이라는 점도 화제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28일 밤 X(옛 트위터)에 이데미쓰코산이 1950년대 이란에서 석유를 비밀리에 일본으로 운반했던 ‘닛쇼마루(日章丸) 사건’을 포스팅하며, “이 유산은 지금도 여전히 큰 의의를 지닌다”라고 게시했다.
주일 이란대사관이 28일 X에 게시한 '닛쇼마루 사건' 포스팅. 1953년 일본이 영국의 봉쇄망을 뚫고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한 사건이다. 주일 이란대사관 X 캡쳐
‘닛쇼마루 사건’은 1953년 일본 기업이 서구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리에 이란 석유를 수입했던 일이다. 1951년 이란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고 이에 반발한 영국 측이 해군력을 동원해 해상을 봉쇄한 가운데, 이데미쓰코산(出光興産)은 유조선 ‘닛쇼마루’를 보내 영국 봉쇄망을 뚫고 석유를 운반하는 데 성공했다.
전후 부흥을 위해 값싸게 들여올 수 있는 에너지가 절실했던 일본과 석유 판로가 필요했던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사건이었다. 따라서 주일 이란대사관 측이 이를 포스팅한 것도 이란과 일본 사이의 특수관계를 강조해 미국과 일본 사이의 균열을 노리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닛쇼마루 사건’은 2014년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의 소설 『해적으로 불린 남자(海賊とよばれた男)』(고단샤)로 출판돼 4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해적은 ‘닛쇼마루 사건’을 주도한 이데미쓰코산 창업자 이데미쓰 사조(出光佐三)를 가리킨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화와 영화로도 제작된 『해적으로 불린 남자(海賊とよばれた男)』 넷플릭스 캡쳐
다만, 일본 언론들은 일본 선박들이 앞으로도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가네코 야스시(金子恭之) 국토교통상은 28일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같은 날 오전 7시 현재 정보로서 “페르시아만 안에 일본 관계 선박 42척이 머물러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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