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비핵화 실패” “뭐라 부르든 북핵 실재”…美서 번지는 ‘군축 전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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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CSIS 사무실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미국이 펴 온 북한 비핵화 정책의 본질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미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에 잇따르고 있다. 미국이 어떻게 부르든 북한의 핵무기는 실재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두고 현실적으로는 핵 위협을 관리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 부르는 등 미 조야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8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는 단기간 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며 대북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제안했다. 차 석좌는 이날 CSIS 사무실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정책은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el),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비핵화(Dismantlement)라는 ‘CVID’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돼 왔다”며 “목표는 비핵화이고 수단은 제재인데 이는 실패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빅터 차 “비핵화 단기간 내 실현 희박”
차 석좌는 특히 “북한은 현재 약 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추가로 50개를 만들 핵물질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비핵화는 중요하지만 단기간 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을 통해서도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군축 및 핵 비확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며 ‘차가운 평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차 석좌는 “이 전략을 요약하자면 바로 ‘미국과 북한 간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북한 핵무기 해체에서, 미국을 이들 무기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즉각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평화 전략이 ‘한·미 동맹 약화’나 ‘대북 양보’로 비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비핵화에만 집중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사이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계속 늘리는 것은 미 본토 방어에 좋은 공식이 아니다”라면서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 제한 ▶핵분열 물질 추가생산 중단 ▶핵·미사일 실험 금지 등 일종의 군축 합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접근법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마냥 기다리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라며 “비핵화는 중요하고 계속 추구해야 할 장기 목표로 유지하되 협상을 비핵화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23년 3월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전술핵탄두를 함께 공개했다. 뉴스1
“한국 선제적 전략 킬체인 벗어나야”
차 석좌는 한국군의 유사시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을 두고서도 “한국이 더는 킬체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킬체인은 선제적 전략이고 북한의 핵무기 발사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킬체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은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작전과 함께 한국군의 3축 체계를 구성한다.
차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대통령이 담당 데스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내며 6자 회담에 관여했던 차 석좌는 대북 정책에 관한 한 보수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이날 “대북 강경파로 알려져 있지만 스스로는 늘 실용주의자라 생각해 왔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취해 온 어떤 접근 방식도 결코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디플로맷 “북 비핵화 가능한가. 아니다”
이날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번 논란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더 중대한 질문은 미국이나 한국의 보수 진영 모두 직접 답하기를 꺼리는 문제, 즉 ‘북한의 비핵화는 실제로 달성 가능한가’이다. 그 대답은 분명히 ‘아니오’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28일(현지시간) ‘구성이든 영변이든 북한은 결코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군축 합의론을 제안했다. 사진 더 디플로맷 홈페이지 캡처
더 디플로맷은 북한이 2022년 9월 핵무기 사용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한 데 이어 2023년 9월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해 국가 기본 노선으로 명문화한 점을 들며 “북한은 핵무기가 더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짚었다. 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최근 벌어진 이란 전쟁 등을 거론하며 “김정은에게 핵무기가 없는 북한은 군사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될 거라는 교훈을 줬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축 합의, 의미 있는 첫걸음 될 것”
더 디플로맷은 특히 북한이 약 50개의 핵탄두를 축적했고 40~50개 분량의 추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들어 “시간은 한국이나 미국 편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뭐라 부르든 핵무기는 실재한다”며 “문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핵무기가 초래하는 위험을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헌법상 수용할 수 없는 결과를 계속 요구할 것인지에 있다”고 짚었다.
더 디플로맷은 현실적으로 군축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며 “북한이 추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핵분열 물질 생산을 제한하며 일정한 형태의 직접 소통 채널을 개설하는 합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합의를 ‘비핵화’가 아닌 ‘군축’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확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할 필요도 없게 해 준다”고 덧붙였다.
더 디플로맷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외교안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로 전 세계 외교안보 전문가, 정책 입안자, 학자 등이 필진으로 참여해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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