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찰스 3세 “우리 없었다면 미국은 프랑스어 썼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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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는 모습.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1991년 이후 35년 만이다. [AFP=연합뉴스]
온갖 거친 발언으로 세계 정상들을 당혹하게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위트 있는 풍자에는 맥을 못 췄다. 국왕 즉위 이후 첫 미국 국빈 방문 자리에서 찰스 3세는 유머와 상대를 향한 절제된 찬사를 교차시키며 자신의 입장을 유연하게 풀어냈다.
찰스 3세는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께서 미국이 아니었다면 유럽 국가들은 독일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없었더라면 여러분은 프랑스어를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프랑스와의 식민지 경쟁에서 승리해 북미에서의 프랑스 영향력을 축소시킨 것을 빗댄 유머였다. 트럼프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찰스 3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백악관 연회장 건설을 놓고 서는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우리 영국인들도 1814년 백악관을 재건축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군이 백악관을 불태운 사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것이다.
찰스 3세의 노련한 언사는 앞서 미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빛났다. 연설 초반 그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 오늘날 우리는 언어를 빼고는 미국과 정말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오스카 와일드의 냉소적 유머를 인용해 양국 간 깊은 동질감을 우회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다.
찰스 3세는 이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250년 전의 격렬한 분열 속에서 우리는 우정을 다져 왔고,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동맹 중 하나로 성장했다”며 “영국과 미국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화해와 갱신, 그리고 놀라운 협력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3박 4일간 펼쳐질 영국의 ‘왕실 외교’가 양국 간 긴장 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찰스 3세는 양국의 동질감을 강조하며 “지금이야말로 동맹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라고 뼈 있는 말을 한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동맹은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기초 원칙들이 저절로 지속될 거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 80년 동안 우리를 지탱해 온 모든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80여년간 서방 세계가 구축한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균열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3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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