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버지, 야구 못하면 경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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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초로 아버지가 감독, 아들이 단장을 맡은 구단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29일 필라델피아 벤치코치에서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돈 매팅리(왼쪽)와 단장으로서 이를 최종 결정한 프레스턴 매팅리다. 위계질서상 아버지가 아들의 지휘를 받게 됐다. [AFP=연합뉴스, 프레스턴 매팅리 인스타그램]
스포츠에서 아버지가 감독으로, 아들이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사례는 종종 있지만, 아버지가 행정가(단장)로 아들이 지도자(감독)로 함께 한 케이스는 드물다. 하물며 아들이 단장으로 일하는 팀에 아버지가 감독으로 부임하는 건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불가능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그런데 이 희귀한 조합을 실현한 팀이 등장했다.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29일(한국시간) 롭 톰슨 감독을 경질하고 돈 매팅리 벤치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을 주도한 인물은 매팅리 감독대행의 아들인 프레스턴 매팅리 단장이다.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MLB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아버지가 단장 아들의 지휘 아래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매팅리 감독대행은 뉴욕 양키스의 영구결번(23번) 레전드다. 1982년부터 1995년까지 간판타자로 활약했고, 은퇴 후엔 타격 코치와 벤치 코치로 일했다. 사령탑 역할을 맡은 건 2011년 LA다저스 지휘봉을 잡으면서부터다. 때문에 한국 야구팬들에겐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첫 MLB 감독으로 널리 알려졌다. 5년간 다저스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2013년 MLB에 진출한 류현진의 초반 세 시즌을 함께했다. 감독의 믿음에 류현진도 2013년과 2014년 연속 14승으로 화답했다.
2015년 다저스를 떠난 매팅리는 이듬해 마이애미 말린스 감독을 맡아 2022년까지 이끌었다. 이후 2023년부터 3년간 토론토 블루제이스 벤치 코치로 일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아들이 단장으로 있는 필라델피아로 이적했다.
벤치 코치는 KBO리그의 수석 코치와 비슷한 역할이다. 경기 전반에 걸친 전략을 감독과 상의한다. 감독 부재 시엔 대행 역할을 맡는다. 실제로 MLB에선 벤치 코치가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매팅리 감독대행처럼 빅리그 사령탑을 경험한 지도자들이 이 역할을 주로 맡는다.
그간 ‘코치 매팅리’가 ‘단장 매팅리’와 팀 운영을 논의할 일은 많지 않았는데, 개막 한 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필라델피아가 올 시즌 초반 10승 19패에 그치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공동 최하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10경기 성적은 2승 8패로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 시즌 지구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디비전 시리즈에서 뉴욕 메츠에 1승 3패로 패하며 조기 탈락해 아쉬움이 컸던 필라델피아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성적표다. 다소 이른 시점에 칼을 빼들어 감독을 교체한 이유다.
MLB 역사에 전설로 남은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야구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 했다. 2006년 MLB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31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으며 유망주로 주목 받았지만, 거기까지였다. 끝내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다 2011년 은퇴했다. 농구로 종목을 바꿔 2012년 라마대학교에 입학하며 늦깎이 선수로 뛰기도 했지만 그 또한 ‘실패’ 도장과 함께 마무리 됐다.
그러나 프런트로는 승승장구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스카우트로 새 출발한 뒤 2021년 9월 선수 육성 총괄 디렉터 역할로 필라델피아에 합류했다. 2023년 11월 단장 보좌로 승진했고, 정확히 1년 뒤 단장직을 꿰찼다.
필라델피아는 앞서 사령탑 역할을 제안한 알렉스 코라 전 보스턴 레드삭스 감독이 고사하자 매팅리 코치에게 급히 지휘봉을 맡겼다. 매팅리 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언제까지 소화할 지 모르지만, 당분간 아버지와 아들이 머리를 맞대고 팀을 수렁에서 구하는 어려운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매팅리 단장은 “(감독 선임 관련) 결정은 철저히 야구적인 관점에서 내린 것”이라면서 “(부자 관계를 뛰어넘어) 승리와 우승이라는 공통 목표에 함께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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