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출 90% 줄었다” 아우성…판교 ‘시간이 멈춘 마을’ 무슨 일
-
1회 연결
본문
지난달 25일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시간이 멈춘 마을’이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2층짜리 커다란 건물 벽에는 그림과 글씨가 빼곡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시간이 멈춘마을'건물 벽에 글씨와 그림이 가득하다. 김방현 기자
문화재 등록된 판교 현암리 마을
‘판교 문화를 품다’라는 커다란 글씨 아래로 이 일대 역사 건축물 등의 그림이 보였다. ‘판교란 지명은 ‘나무판자로 다리를 놓았다’는 데서 유래했고, 판교 장터는 1930년대만 해도 홍성군 광천읍과 논산과 함께 충남의 3대 시장으로 꼽힐 정도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암리 일대에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은 건축물 7개가 남아있다. 이런 건축물을 중심으로 현암리 2만2768㎡는 2021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암리는 1930년 장항선 판교역이 들어서면서 철도교통 요지로 발달했다. 1970년대 제재·목공, 정미·양곡·양조 산업이 발전하면서 번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도시 집중화 현상이 가속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시간이 멈춘 마을'안내도. 김방현 기자
현암마을, 서천 관광코스
등록문화재에 포함된 건축물은 동일정미소·동일주조장·장미사진관·오방앗간(삼화정미소)·판교극장·일광상회·중대본부(예비군 판교 동대) 등이다. 장미사진관·동일주조장·동일정미소·일광상회 등 4개는 1930년대 지었다. 판교극장·중대본부는 60년대, 오방앗간은 70년대 건축물이다.
서천군은 국가등록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현암리 일대를 정비했다. 곳곳에 전시공간이나 공연장 등을 만들었다. 서천군에 따르면 이곳에는 주말이면 200여명이 찾고 있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현암리 일대는 이미 서천군 관광 코스가 됐다”라며 “역사적인 건축물을 감상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시간이 멈춘마을'전경. 이곳에는 1930~1970년대 건물 7개가 있다. 김방현 기자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시간이 멈춘 마을'에 있는 전시 공간. 김방현 기자
18세기부터 장터에서 팔던 보신탕
현암리를 중심으로 판교면은 우시장과 모시시장 등 장터가 번성하면서 국밥 같은 음식 문화도 발달했다. 지금도 50년 넘게 영업하는 보신탕집이 있는가 하면 맛집으로 소문난 냉면·콩국수 음식점도 있다. 서천군 주민들에 따르면 조선시대 처음으로 보신탕을 판 장터는 1770년 서천 판교의 백중장이라고 한다. 음력 7월 15일 백중에 열린다고 해서 백중장이다. 우리 세시풍속 중 음력 7월 15일은 ‘호미 씻는 날’이라고도 불린다. 힘든 농사일을 잠시 접고 휴식을 취했던 이른바 ‘머슴날’이기도 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에 있는 '동일주조장'건물. 김방현 기자
염소고기만 취급 뒤 고객 90% 감소
하지만, 보신탕집은 위기를 맞았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안(개식용종식특별법)’이 2024년 2월 공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신탕집 등 개 식용 관련업은 내년 3월부터 금지된다.
판교면에서 30년 넘게 보신탕을 팔아온 ‘벌떼가든’은 지난해 10월 이후 개고기 대신 염소고기만 취급하고 있다. 이곳 주인 김영수(57)씨는 “염소고기 취급 이후 고객이 종전보다 90% 정도 감소했다”라며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 중”고 말했다. 반면 현암리에서 50년 넘게 영업해온 ‘우이식당’은 내년 2월까지 보신탕을 팔겠다고 한다. 우이식당 주인 유순이씨는 “요즘은 개고기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보신탕을 파는 데까지 팔아보고 업종 전환을 생각해 보겠다”며 “전통 음식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충남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 일대 '시간이 멈춘마을'. 보신탕집 간판이 보인다. 김방현 기자
육견자영업자협의회는 “법 통과 이후 국회와 정부의 보상과 지원 미흡으로 삶의 터전이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며 “개 식용 자영업자들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와 지속 가능한 사업 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와 지원 대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이 협회는 도축업 221개소, 유통업 1788개소, 식품접객업소 2352개소 등 전국의 436개소 자영업 종사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지난 1월15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행진집회를 열고 “개 식용종식법 통과 이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개식용 식품접객·유통·도축업자로 구성된 ‘전국육견관련자영업자협의회’(육견자영업자협의회)가 지난 1월15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행진집회를 열고 개식용종식법 통과이후 생존권을 위협받는 육견 관련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육견자영업자협회
이들은 ▶2년 치 영업손실 보상 ▶3년 치 생활안정자금 지원 ▶폐업한 자영업자 대상 시설물 보상 ▶전업 자영업자에 대한 단계별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