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광주 이전 논란’ 한예종…“지역 균형 발전” vs “예체능 특수성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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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동 캠퍼스. [사진 한예종]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캠퍼스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6·3 지방선거와 맞물려 확산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예술계 특수성을 간과한 처사”라는 학교·학생 측 반대가 강하게 맞붙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까지 가세하며 전선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2일 정준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한예종의 소재지를 광주로 옮기는 내용을 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촉발됐다. 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서울 석관동·서초동·대학로에 분산된 한예종 캠퍼스를 광주로 통합 이전시키는 것과 한예종의 숙원 사업이던 대학원 개설이 함께 포함됐다. 현재 한예종은 교육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각종 학교’로 분류돼 전문사(대학원) 과정을 이수했더라도 정식으로 석사나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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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학생회 성명문. [소셜미디어 캡처]

법안 발의를 주도한 광주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균형발전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학생 4804명, 교직원 425명(2026년 3월 기준)인 한예종이 광주로 가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지역 간 문화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게 발의자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발의문에서 “현재 문화예술 교육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어 지역 간 문화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수도권 유출로 인해 지역 문화 예술 생태계가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가균형발전과 문화예술의 지역 확산을 위해 국립 예술교육기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광주에는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문화 인프라도 갖추고 있어 한예종을 품기에 적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학교와 학생 측은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석관동 캠퍼스에서 100여명의 재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 이전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학교 측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예술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이전 논의는 대한민국 예술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방세희 한예종 학생회장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학교 측에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뜻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학생회 차원에서 학교 측과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며 졸업생과 재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 협조 범위 등을 함께 구상해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광주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한국 예술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의 삶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폭주”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산업도, 문화도, 교육도 장기 비전 대신 단기적 표 계산에 종속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숨길 수 없는 DNA”라고 덧붙였다.

한예종 이전은 10년 넘게 이어진 논쟁거리다. 2009년 서울 석관동 캠퍼스 안에 자리 잡은 의릉(조선 제20대 임금인 경종과 그의 계비 선의왕후의 묘지)이 다른 조선왕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캠퍼스 이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석관동 교사의 땅 주인인 국가유산청은 아직도 매년 초 한예종에게 의릉 복원을 위해 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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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일대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노원구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 과천시, 파주시, 하남시 등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선거철마다 한예종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해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광주전남특별시장 후보로 선출된 민형배 의원이 한예종 광주 이전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같은 당의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도 한예종 유치를 약속했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전 논의가 모두 학교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예술계에 따르면 한예종 이전을 원하는 자치단체들이 학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단연 송파 등 서울권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방세희 회장은 “갤러리, 공연장, 기획사 등 대부분 문화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등 경기권에 캠퍼스가 있거나 백석대처럼 본교는 지방에 있더라도 예체능계열 캠퍼스는 서울에 두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지방 선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한예종이 위치한 수도권 의원들 위주로 반대 여론이 나올 수도 있어 실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한예종을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현재까지는 “한예종 이전을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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