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까만 기하에게 잠식 당하는 하얀 기하…장기하 첫 정규 앨범 ‘영화’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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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기하 첫 정규 앨범 '산산조각'이 무성 영화 형태로 첫 공개됐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흰 방에서 흰 우유를 마시며 규칙적인 삶을 사는 ‘하얀 기하’. 어느 날 냉장고에서 튀어나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춤을 추는 ‘까만 기하’를 만난 이후로 자신의 하얀 세상을 잃어간다. 혼란스러워하던 하얀 기하는 마침내 까만 기하와 옷을 바꿔 입고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장기하가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발표한 첫 솔로 정규앨범 ‘산산조각’을 대사 없는 단편영화 형태로 공개했다. ‘하얀 기하’와 ‘까만 기하’, 그리고 ‘베개몬’이 등장하는 30분 남짓한 영화의 배경에 ‘산산조각’ ‘말도 안되는 얘기’ ‘해, 해, 해, 해, 해였네’ 등 9곡이 차례대로 흘러나오는 방식이다.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 방과 자연의 대조를 통해 통제와 욕망, 삶과 죽음의 순환 등 다양한 해석 가능한 철학적 메시지를 익살스럽게 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하얀 기하, 까만 기하 모두 장기하가 연기한다.
상영관은 밤 늦은 시간에도 관객으로 북적였다. 하얀 기하가 어둠 속으로 추락한 뒤 방에서 나간 뒤의 장면에선 관객들의 나직한 감탄사도 들렸다. 장기하는 GV(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정규 앨범을) 만들었다. 삶에서 느끼는 바를 시로 쓰고, 이를 토대로 연출팀이 영화 시놉시스와 무성 영화를 만든 뒤에 9개 곡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앨범 전곡을 한편의 무성 영화를 보며 듣는 새로운 형태다. 음원에 맞춰 영상을 구성하는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9개의 곡이 차례로 나온다는 점에서 기존의 무성영화와도 다르다. 음악도 영상도 서로에게 보조 수단이 되지 않고 대등하게 흘러간다.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기하 첫 정규 앨범 '산산조각'이 무성 영화 형태로 첫 공개됐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영화는 흰 방에 사는 하얀 기하의 평화롭고 루틴한 일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까만 기하가 튀어나온 뒤로 하얀 기하의 일상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때 나오는 곡은 ‘산산조각’이다. “너를 만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산산조각이 났다”는 내용의 가사가 흘러나온다. 이후 까만 기하는 거울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자신의 공간을 점차 어둡게 만들고 친구인 베개몬까지 점점 빼앗아간다.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 하얀 기하는 어둡게 변한 자신의 방에서 퀭한 표정으로 까만 기하를 쳐다본다. 이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자야돼 자야돼”라는 가사를 나직하게 읊조리는 ‘자야돼’다. 하얀기 하는 까만 기하와 옷을 바꿔 입고선 편안한 표정으로 사라진다.
장기하는 하얀 기하, 까만 기하, 베개몬이 의미하는 바나 순환을 상징하는 여러 장치에 대해서는 정해진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방식의 음악 작업을 꾀했고, 영화는 관객마다 각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기하는“시를 쓴 뒤 음악을 만드는 건 기존의 방식인데, 이번에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시와 음악 사이에) 통과시켰다. 완성된 영화를 음악에 맞추기 위해 한 프레임도 수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하는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음악 감상 단위가 쇼츠로 짧아진 세태에서, 앨범을 내는 의미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장기하는“이런 상황에서 정규 음반을 낸다면, 과거에 했던 것처럼 노래 모음집을 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이번 작업의) 목표는 한 가지, 앨범을 끝까지 들을 이유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기하 첫 정규 앨범 '산산조각'이 무성 영화 형태로 첫 공개됐다. [사진 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이번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3일까지 매일 1회차씩 상영된다. 개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신보 발매 시점은 오는 9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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