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투기·다리 이어 화폐까지?…트럼프 ‘족적 남기기’ 혈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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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건국 250주년(7월4일)을 계기로 수도 워싱턴DC의 국가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여권·주화·전투기·공공시설 등 공적 영역 전반에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를 남기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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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크래비스 공연예술센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표 사업은 이른바 ‘영웅의 정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포토맥강 일대에 미국 역사 인물 250명의 실물 크기 동상을 세우는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은 2020년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처음 제시된 뒤 1기 말 행정명령으로 공식화됐고, 2025년 의회가 약 4000만 달러(약 590억8000만원) 예산을 승인하면서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됐다.

정원은 워싱턴DC 내셔널몰과 웨스트 포토맥 공원 일대에 연못, 광장, 대형 원형극장 등을 포함한 대규모 공간으로 조성된다. 정치·군사·과학·예술 등 분야별 인물을 구분해 배치하고, 이를 연결하는 ‘영웅의 산책로’가 핵심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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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의료비 부담 완화 관련 행사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흉상 옆에 앉아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상 인물 후보군도 광범위하다.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해리엇 터브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수전 B. 앤서니, 무하마드 알리, 엘비스 프레슬리, 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잡스,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NYT는 “미국을 승리로 이끈 장군들과 부족 권리를 위해 싸운 원주민, 노예제 폐지론자와 노예 소유주, 운동선수와 음악가, 영화배우와 종교 인물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역사와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인물들이 검토 명단에 오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동상 대상에 포함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NYT는 이 사업이 “트럼프의 그림(스타일)대로 워싱턴을 재편하려는 더 큰 노력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상징을 강화하고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개인 색채를 입힌 국가 기념사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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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 찰스 페이건이 제작한 ‘프리덤스 차지(Freedom’s Charge)’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상이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사업 규모도 크다. 동상 제작비만 5000만 달러(약 738억5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돼 의회 승인 예산 4000만 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방 토지 이용을 제한하는 기념사업법 등 법적 절차와 포토맥강 인접에 따른 환경 훼손 우려도 남아 있다.

민간 기부금 모집도 시작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선거)모금 담당자인 메러디스 오루크가 ‘미국 영웅 국립공원 재단’을 통해 모금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단체는 공원 조성과 인근 골프장 재개발까지 함께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남기기는 공원 사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CNN에 따르면 건국 250주년 기념 여권에는 독립선언문 위에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가 들어갈 예정이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 여권이 “가능할 경우 워싱턴 여권 발급소의 기본 여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서명을 지폐에 넣거나, 초상을 기념주화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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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준비 중인 한정판 미국 여권의 예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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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금화 디자인 예시. 로이터=연합뉴스

아울러 차세대 전투기 명칭은 ‘F-47’로 정해졌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이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새 전함 등급은 ‘트럼프급’으로 불리고, 의약품 가격 정보 사이트는 ‘트럼프Rx’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공공시설에서도 케네디센터 벽면에 트럼프 이름이 추가됐고, 미국평화연구소 건물에도 ‘도널드 J. 트럼프’ 명칭이 붙었다.

플로리다에서는 공항 이름 변경까지 승인됐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도널드 J. 트럼프 다리’ 표지판 사진 한장이 올라왔다. 실제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름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 자체가 상징화 전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CNN은 “트럼프와 공화당, 그가 임명한 인사들과 동맹들이 그의 이름과 이미지, 초상을 곳곳에 넣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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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본인의 이름을 딴 다리 표지판 사진을 한 장 올렸다. 사진 트루스소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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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벽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추가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토록 혈안이 된 걸까. 브루킹스연구소 등 주요 싱크탱크에 따르면 공공 공간과 기념물, 명명 방식이 정치 지도자의 영향력과 유산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운영을 브랜딩의 연장선으로 인식하거나 워싱턴DC의 상징 공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영구적 승리 선언이란 성격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시도는 미국의 전통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미국은 통상 사망한 인물을 국가적으로 기리는 전통이 강하다. CNN은 “현직 대통령의 이미지를 공공건물이나 전시에 사용하는 것은 왕정이나 권위주의 체제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며 “납세자의 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는) 기존의 사유 건물 브랜딩과는 다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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