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강아지 X-ray가 소아보다 비싸”…어린이병원장의 피끓는 호소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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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리더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건보 심사서 인정되지 않거나 삭감
진료할수록 손해, 사법리스크까지
소아과 줄면서 응급실 뺑뺑이 늘어
소아 전용 건강보험, 재정 지원 시급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아이를 위한 제도와 정책은 성인 기준을 벗어나 아이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성욱 객원기자
“강아지 X-ray보다 소아 X-ray 값이 더 낮다. 현재로썬 아이를 진료하면 할수록 손해가 쌓이는 구조다.”
최용재(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은 국내 소아 의료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성인 기준의 보험 급여·심사 체계와 과도한 사법 리스크가 소아 진료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소아 환자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떠받치는 기반은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밤중 아픈 아이를 안고 응급실을 전전하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다. 부모들은 밤새 ‘아이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이동한다. ‘소아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사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사라지고 있는 탓이다. 전공의 지원은 끊기고, 전문 인력도 단절되고 있다. 소아 진료 현장의 균열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다가오는 어린이날(5월 5일)을 맞아 현재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최 회장에게 물었다.
-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소아의료기관이 줄어들면서 환자가 한꺼번에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린다. 야간과 응급 진료를 감당할 인력 역시 부족하다. 결국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 응급실 뺑뺑이는 소아 진료 체계가 무너져 나타난 결과다.”
- 소아 의료 위기의 본질은 뭔가.
- “핵심은 소아 진료에 성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 진료는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 체중과 발달 단계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증상도 빠르게 변한다. 그런데 건강보험과 심사 기준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소아 환자 상태에 맞춰 시행한 검사와 치료 비용이 인정되지 않거나 삭감되는 것이다. 현재 신생아의 전신 X-ray(Infantogram)는 반려동물 X-ray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소아 진료의 가치를 최소한 이와 동등한 수준까진 끌어올려야 한다.”
- 현장에서 체감하는 대표적 사례는.
- “소아 혈액가스검사(ABGA) 삭감 문제다. 호흡곤란이 있는 환아에게는 정맥혈 검사를 사용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표준이다. 동맥혈을 무리하게 채취하면 신경 손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 기준은 성인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선택한 검사 방식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 치료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나.
- “자가면역성 뇌염 치료에 사용하는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VIG)이 대표적이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의심되면 즉시 투여’하는 것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뇌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내 기준은 확진 이후에만 투여를 인정한다. 항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4주가 걸리는데, 그사이 환자 상태는 악화할 수 있다.”
- ‘치료할수록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기본적인 여건부터 비정상적이다. 소아 진료는 시간과 인력, 자원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보상은 현저히 낮다. 영유아 소변 검사를 위한 패치 같은 필수 재료조차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응급실 필수 약인 로라제팜(경련·불안 완화 등에 쓰이는 진정제)은 낮은 약가와 규제로 생산이 중단됐다. 결과적으로 의사가 필요한 치료를 하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기준을 따르면 환자가 위험해지는 상황에 놓인다. 어떤 선택을 해도 의료진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 이런 구조가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건가.
- “그렇다. 낮은 수가(酬價)보다 더 큰 문제는 사법 리스크다. 소아 진료는 변수가 많고, 불가항력적인 결과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결과만을 놓고 의료진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삭감과 환수 대상이 돼 ‘부당청구’로 취급받고, 결과가 나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진료실에 남겠나. 이미 많은 의료진이 현장을 떠났고, 남아 있는 인력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 젊은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이유다.”
-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성인과는 완전히 분리된 소아 전용 건강보험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소아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면 적절한 진료가 이뤄질 수 없다. 둘째로 국가가 일정 부분 비용을 책임지는 재정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소아 진료는 수익성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전담 행정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 완화까지 함께 이뤄져야 현장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 “의료는 발전했지만, 제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소아 의료 문제는 하루이틀의 이슈가 아니다. 아이를 위한 제도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계돼야 한다. 지금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소아 의료는 더 빨리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의료 체계가 불안하면 저출생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아픈 아이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지금의 위기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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