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3개월 새 44명 독감…사망 유치원 교사 “눈치 보여 못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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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에서 독감 확진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다 숨진 20대 유치원 교사 A씨의 유족이 직무상 재해를 신청했다. 유족 측은 유치원에서 3개월 동안 원생과 교사 등 40여명이 독감에 확진됐지만, 휴가를 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주장한다.
3개월 새 44명 독감 확진…“눈치 보여 못 쉬어”
독감 확진에도 근무하다 숨진 유치원 교사 A씨가 가족에게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 사진 독자
4일 사학연금공단은 이날 급여심의회를 열어 지난 2월 숨진 유치원 교사 A씨의 직무상 재해(유족보상금) 인정 여부를 심사한다. 유족 측은 A씨 근무 당시 유치원 내 집단 감염이 빈번했던 점, 아이들과 단체활동이 잦았던 점, 과중한 업무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사망과 직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유족 측의 공단 제출 서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해당 유치원의 독감 확진자는 원생 120명 중 43명과 교사 1명 등 총 44명이었다. 특히 A씨가 독감에 확진된 1월 26일 전후 3일 유치원 내 감염자는 12명에 달할 정도로 독감이 크게 유행했었다. 이는 유족 측이 유치원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라온 독감 발생 보고 등을 통해 집계한 수치다.
하지만 A씨 등 유치원 교사들은 제대로 쉴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유족 측은 A씨 동료 교사들에게서 ‘주말, 평일 밤낮 없이 일해야 한다’, ‘분위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연차를 쓰지 못한다’는 증언을 확보해 사학연금공단 측에 제출했다.
임용 3년 차인 A씨는 토요일인 지난 1월 27일 38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고, 퇴근 후 찾은 병원에서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아파서 눈물 난다”고 가족에게 카카오톡을 보내면서도 유치원 측에는 “죄송하다”고 오히려 사과했다. 독감 확진 3일 후인 30일까지 근무를 계속하던 A씨는 체온이 39.8도가 넘자 유치원에서 조퇴했다.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지난 2월 14일 끝내 숨졌다.
이진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아프면쉴권리공동행동 집행위원장)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접촉이 초·중·고에 비해 많고, 시설도 밀폐돼 있어 질병 감염 위험이 높은 편”이라며 “20대 중반의 여성이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드문데, 휴식 없는 과중한 업무가 질병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씨 감염병 사망 직무상 재해 인정될까…교육계도 주목
현행 사학연금법은 직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나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인으로 발생한 질병, 직무상 질병 치료 과정에서 생긴 합병증 등을 직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감염병으로 숨진 교직원의 직무상 재해가 인정된 사례가 거의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공단 서울선테 앞에서 독감에도 근무하다 숨진 유치원 교사 A씨의 직무상 재해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교조
김원배 전교조 정책연구국장은 “이번 사례가 직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이를 토대로 감염병 병가 승인 의무화나 대체 인력 체계 구축 등 제도 개선도 촉구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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