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흡기 끼고 구두 유언…대법, 1·2심 뒤집고 “효력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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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병상에서 구두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둘러싼 소송에서 원고가 1·2심 패소를 뒤집고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단을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A씨가 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청구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2021년 병원에 입원 중이던 B씨가 남긴 ‘구수증서 유언’의 효력이었다. B씨는 사망 사흘 전 “예금과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모든 재산을 A씨에게 준다”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고, 이 과정은 증인에 의해 영상으로 기록됐다.

A씨는 이를 근거로 약 9600만원의 예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은행이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은 모두 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유언이 ‘포괄적 유증’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2심은 구수증서 유언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무효로 봤다. 특히 2심은 당시 상황이 녹음 등 다른 방식의 유언이 불가능한 정도로 급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가 당시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로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고, 정상적인 발화나 지속적인 의사 표현이 어려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자필이나 녹음 등 다른 방식으로 유언을 남기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구수증서 유언이 인정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망까지 불과 사흘이 남아 있었던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질병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방식의 유언이 어려운 경우, 구두 유언의 효력을 보다 폭넓게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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