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쉬운 서사를 덮는 팝 황제 음악의 강력한 힘…영화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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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팝의 황제’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수 마이클 잭슨(1958~2009).
팝의 역사를 바꿔 놓은 뮤지션이지만, 정작 그의 전기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3일 개봉하는 영화 ‘마이클’(안톤 후쿠아 감독)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 ‘마이클’ 리뷰

영화는 가난한 흑인 가정의 막내로 태어난 마이클 잭슨이 형들과 함께 ‘잭슨파이브’로 활동하던 1966년부터 정규 7집 ‘배드’(BAD)의 월드 투어(1988)까지를 그린다. ‘아이 윌 비 데어’(I’ll Be There), ‘빌리 진’(Billie Jean), ‘휴먼 네이처’(Human Nature), ‘배드’(Bad) 등 마이클 잭슨의 수많은 명곡이 배출됐던 시기다.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 제작진은 ‘마이클’에서도 뮤지션의 전설적인 무대를 압도적인 현장감과 함께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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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형제들과 함께 '잭슨파이브'로 활동하던 마이클(가운데)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아역 줄리아노 크루 발디는 아버지 조셉 잭슨(콜먼 도밍고)으로부터 학대받으며 음악을 단련했던 마이클의 유년기를, 저메인 잭슨의 아들이자 마이클의 조카인 자파 잭슨은 마이클의 청소년기 이후를 연기한다.

크루 발디는 크리스마스와 생일에도 무대에 서야 했던 어린 마이클의 상처받은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평생 네버랜드의 환상 속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수퍼스타의 내면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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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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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자파 잭슨은 외모는 물론, 목소리와 춤, 특유의 아우라까지 삼촌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무대 퍼포먼스는 실제 마이클 잭슨을 보는 듯 하다. 발에 피가 날 때까지 2년 간 매일 춤 연습을 한 결과다. 안톤 후쿠아 감독은 “영화의 힘은 자파 잭슨의 절대적인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명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협업한 ‘오프 더 월’(Off the Wall,1979), ‘스릴러’(Thriller,1982) 앨범의 연이은 성공 등 마이클의 황금기를 비중있게 조명한다. ‘스릴러’ 앨범의 역대 최다 판매량(7000만 장 이상)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흑인 가수의 음악을 배제해왔던 MTV가 ‘빌리 진’ 뮤직비디오를 방영하게 된 사연도 흥미롭게 소개된다. 마이클이 소속된 CBS레코드 대표가 마이클의 요청으로 MTV에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틀지 않으면 신디 로퍼, 빌리 조엘 등 소속 아티스트의 것도 방영할 수 없게 하겠다”는 엄포를 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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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자파 잭슨)이 '스릴러' 뮤직비디오에 출연, 칼 군무를 추고 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앨범의 큰 성공으로 더 이상 홍보가 필요 없음에도 자비를 들여 영화 같은 ‘스릴러’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장면도 음악 산업의 흐름을 읽는 마이클의 뛰어난 직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의 서사는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이자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던 마이클의 전기 영화라 하기엔 빈약하고 단선적이다. 24일 미국 개봉 당시 음악 전기 영화 최고의 오프닝 성적(9700만 달러)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진 이유다.

마이클이 겪는 갈등은 강압적인 아버지 조셉 잭슨과의 불화에서만 비롯된다. 조셉은 결정적 순간마다 마이클의 발목을 붙잡는다. 마이클이 피터팬이라면, 조셉은 후크 선장이다. 마이클의 형제들은 둘 간의 갈등에 병풍 역할만 한다. 영화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마이클의 ‘해방 일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 사육과 장난감 수집, 네버랜드에 대한 집착 등 학대에서 비롯된 마이클의 사생활을 비추지만, 그의 고독과 상처를 설명하는 유기적인 서사로 수렴되진 않는다.

뮤지션 전기 영화의 핵심인 음악적 고뇌가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히트곡들은 기계로 찍어낸 듯 뚝딱 만들어지고, 성공 또한 당연한 듯 그려진다.

영화는 애초에 마이클의 아동 성추문 논란도 다루려 했지만, 촬영 분량이 뭉텅 잘려나갔다. 성추행 고발인 중 한 명인 조던 챈들러와의 합의서에 “어떤 종류의 영화, TV에서도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된 걸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각본 수정 및 재촬영을 해야 했던 제작진은 1988년 런던 공연으로 영화의 문을 닫으며, 속편을 예고했다.

서사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풍미한 명곡들이 가진 힘은 강력하다.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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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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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빌리 진’의 전설적 안무인 ‘문 워킹’을 처음 선보였던 모타운 25주년 공연(1983), 마이클이 마지막으로 참가한 잭슨스의 ‘빅토리 투어’(1984), 월드 투어의 신기원을 열었던 ‘BAD 투어’(1988) 등 마이클 잭슨의 명장면들을 스크린 위에 역동적으로 펼쳐낸다.

라이벌 갱단 조직원들을 출연시킨 ‘비트 잇’(Beat It) 뮤직비디오 안무 연습 장면은 흥겨움 이상의 의미를 담아낸다. ‘비폭력’ ‘평화’라는 마이클의 일관된 음악적 메시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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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 잭슨의 조카 자파 잭슨이 마이클을 연기했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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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의 한 장면. 마이클(자파 잭슨)이 마지막으로 참가한 잭슨스의 '빅토리 투어' LA 공연 장면이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쉬는 시간 교실 뒷편에서 ‘문 워킹’을 따라했던 수많은 관객들은 숱한 명곡의 전주만 들어도 조건 반사적으로 가슴 뛰는 경험을 할 것 같다.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마이클 잭슨 음악의 마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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