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獨총리 “미군 철수 안 놀라워” 진화에도…유럽, 안보공백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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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AFP=연합뉴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독 미군 철수 후폭풍 진화에 나섰다. 오래전 부터 논의된 사항으로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유럽 안보 개입 축소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고, 이로 인해 유럽 내 안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츠 총리는 3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주독 미군 감축 방침에 대해 “놀라운 발표도 아니고, 보복 조치도 아니다. 미국의 병력 배치 결정은 최근의 의견 불일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메르츠 총리는 “유럽에 임시로 주둔시킨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는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고,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병력을 자주 재배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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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만나 악수를 하려고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독일 주둔 미군 약 3만6000명 중 약 14%에 해당하는 5000여명을 6~12개월 내 철수하는 방안과 토마호크 등 장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 취소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일 미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감축 규모를 5000여명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철수 인력을 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서양 결의 작전'의 일환으로 독일 바이에른주에 주둔해 있는 미 육군 1보병사단 1기갑여단이 철수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 상주 부대인 미 육군 5군단 산하 2기병연대도 철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발표는 메르츠 총리의 미국 관련 발언 직후 나왔다. 지난달 27일 메르츠 총리는 현지 중·고등학생 간담회에서 “미국이 이란에 의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미국이 이란 전쟁을 일으키고 협상에서도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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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델버트 D. 블랙’에서 이란을 겨냥한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 지원을 위해 토마호크 지상공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메르츠 총리는 미군 철수의 파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외신들은 미사일 배치 취소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조치가 미국-유럽 ‘대서양 동맹’이 균열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라면서다.

지난 2024년 7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전 독일 총리는 워싱턴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SM-6 요격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다크 이글’ 등을 포함한 장거리 타격 전력의 독일 배치를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의 대러 억지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추진된 조치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배치 계획 취소로 미국이 유럽 안보 보증자 역할에서 사실상 물러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유럽에선 안보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체 미사일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실전 배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024년 7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미국과) 유사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이 자체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하는 동안, 미국의 미사일이 올해는 독일에 도착했어야 했다”며 “유럽에선 미사일 자체 개발 속도보다 더 빠르게 미국이 무기 배치 계획을 취소할 것이란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리케 프랑케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발표는 너무나 파괴적”이라며 “정말 끔찍한 악몽”이라고 비판했다.

메르츠 총리도 미사일 배치 취소는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 이유가 “미국은 우크라전과 이란전으로 무기가 고갈돼 스스로 쓸 것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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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제8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모인 유럽 정상들. AFP=연합뉴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정상들은 4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관련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는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연례 정상회의에서도 안보 공백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독일 경제도 트럼프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EU산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자동차가 수출의 핵심인 독일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일은 이미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대미 수출이 위축된 데 이어 이번 관세 인상으로 추가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독일 정부는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5%로 낮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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