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작전동참 요구, 한국은 신중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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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비 그랜드포이어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영자 초청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을 직접 거명하며 호르무즈해협 선박 해방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에 합류할 것을 요구했다. [AP=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 작전’을 감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전 개시일인 4일(현지시간) 한국을 특정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한국을 비롯한 5개국에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한 적이 있지만, 한국만 콕 집어 압박을 가한 건 개전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란은 프로젝트 프리덤(해방 작전)에 따른 선박 이동과 관련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전쟁과) 무관한 국가들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며 “이제 한국도 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 선박을 제외하고는 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 인터뷰에서는 ‘한국 선박을 향한 공격’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건 혼자 운항하던 한국 선박이었고, (해방 작전의) 호위를 받는 선박이 아니었다”며 “한국 선박을 겨냥한 다수의 발포가 이뤄졌고,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해운사 HMM의 선박 ‘나무호’는 미국의 호위 대상이 아니었고, 한국만 타깃이 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자구책 차원에서라도 군사작전 참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한 말로 해석된다.
정부는 사고 선박을 인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항으로 예인한 뒤 전문 인력을 현지로 즉각 파견해 안전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대책 회의 직후 “원인 규명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사고를 이란의 공격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객관적인 사고 원인 조사를 명분으로 미·이란 사이에서 시간벌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폭발과 화재의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며, 확인되는 대로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국선박, 혼자 운항하다 공격 받아”…트럼프 또 안보청구서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와 맞닿은 호르무즈해협에 정박해 있던 HMM의 벌크 화물선 ‘나무호’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2025년 9월 진수식 당시 나무호 모습. [사진 한국선급]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란전쟁을 비판해 온 독일에 대해 주독미군 5000명 이상을 1년 내에 철수할 것을 지시한 데 이어, 무역합의를 통해 약속한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리는 보복을 가했다. 한국 역시 한·미 동맹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턱밑까지 다가온 이런 안보 청구서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 중부사령부가 (한국 측과)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 호주, 유럽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한국도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한국)이 그렇게(참전)하기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이란의 메흐르통신은 이날 “미국과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격 상황에서 한국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며 “국제적십자사(ICRC)를 통한 50만 달러(약 7억4000만원)의 인도적 지원과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안전을 논의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는 실질적 조치와 정치적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참전 압박이 본격화된 시점에 이란 측에서 나온 이런 평가는 사실상 한국이 참전하면 즉각적인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5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프로젝트 프리덤’ 참여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 공지를 통해 “미 측이 제안한 호르무즈해협 관련 제안에 대해서도 상기 원칙, 한반도 대비태세, 국내법 절차 등을 감안해 검토 중”이라면서다.
정부는 지난 3일 미 국무부와 중부사령부가 주도해 결성하려는 다국적 협의체인 해양자유연합(MFC, Maritime Freedom Construct) 참여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명명한 작전의 합류 여부까지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군 당국도 관련 동향을 살피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프로젝트 프리덤에 참여하더라도 군함을 호르무즈해협 내로 직접 투입하기보다는 외곽에서 지원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기류다. 또 다른 여권 고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외곽 지원은 유력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기류가 HMM 나무호 사고 직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 화물선의 폭발·화재라는 변수가 발생한 만큼 ‘종전 전 군사개입 불가’란 기존 원칙을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구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양 통상 국가인 우리에게 국제 항로 확보는 국가 존망이 걸린 핵심 국익으로, 참여 명분은 이미 갖춰진 것”이라며 “호르무즈의 국제법적 통행권 확보는 국가 전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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