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관객이 관객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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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이름은’이 관객 주도 시사회로 새 관람 문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 아우라픽처스·렛츠필름]

제주 4·3사건을 다룬 정지영 감독의 영화 ‘내 이름은’(4월 15일 개봉)에 공감한 관객들이 직접 시사회를 열고 흥행 지원에 나섰다. 5일 영화사에 따르면 서울과 춘천·전주·정읍·제주 등 전국에서 관객들의 자비 응원 시사회가 120회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 회차 상영에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대관료를 관객들이 직접 치르고 여는 시사회다.

올 2월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베일 벗은 ‘내 이름은’은 이달 2일 폐막한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호평을 얻고 있다. 하지만 누적 관객 수는 4일 기준 19만4000여 명으로, 손익분기점 60만명(총제작비 40억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도 관객들의 자발적인 시사회 마케팅에 힘입어 하루 2000~3000명씩 꾸준히 관객 수를 늘리고 있다.

이렇게 관객들이 직접 상영관을 빌려 무료 시사회를 100회 넘게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2023년 다큐멘터리 ‘수라’가 개봉 전 지역 관객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상영을 통해 입소문을 일으킨 사례가 있었지만 수십여 회 정도였다.

배우 염혜란이 주연을 맡은 ‘내 이름은’은 제작 단계부터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 약 1만명이 총제작비 40억원 중 4억여원을 후원했다. 이렇게 모인 시민 후원자들이 개봉 후 시사회 릴레이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 직접 극장을 대관해 영화사에 시사회를 신청하며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사에 전달된 시사회 계기 중엔 “아픈 역사를 잘 몰랐다”는 안타까움이 많았다고 한다.

유명 인사들도 관객의 한 명으로 시사회에 가세했다. 지난달 16일 배우 박중훈이 16일 1호 자비 시사회를 열었고, 문창우 주교, 채윤희 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임문철 제주 4·3평화재단 이사장, 강요배 화백, 김동범·부지영 감독 등도 잇따라 동참했다.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은 지난 3일 자비 시사회를 열고 “고향의 일이라 스크린 속 많은 장면이 내게는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며 주연배우 염혜란의 연기를 극찬했다.

지난 4일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120번째 관객 자비 시사회의 주최자는 웹툰 ‘이끼’ ‘인천상륙작전’의 윤태호 작가였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야구 애호가 모임, 아내의 초등학교 동창생 등 지인 200여 명을 이날 시사회에 초청했다. 그는 “‘내 이름은’ 제작자와 인연으로 시사회를 주최하게 되었는데, 오늘 참석한 지인 대부분이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되어 고맙다더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영화 속 비극에 공감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용돈을 털어 200만원여 대관비를 치르고 반 친구들 및 동네 상인 등을 초대해 시사회를 추진한 경우도 있었다. 또 일본에 살고 있다는 한 관객은 4·3 피해자인 아버지를 위해 제주에 사는 아버지의 마을 이웃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시사회를 열었다.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내 이름은’ 자비 시사회를 연 50대 자영업자 김소영씨는 “영화 ‘내 이름은’을 통해 4·3 사건이 제주 섬 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겪어낸 현대사임을 깨달았다”고 시사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내 이름은’의 시사회 릴레이는 계속된다. 제주4·3평화재단이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 생존희생자 및 유족을 위한 특별 무료 상영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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