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잘 듣는 감독인가, 말 못하는 감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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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부산 KCC가 고양 소노를 75-67로 물리치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1%다. 작전 지시를 내리는 KCC 이상민 감독. [뉴시스]
2025~26 남자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KCC 가드 허훈은 ‘챔프전 최대 고비’를 묻는 질문에 “작전타임이 최대 고비”라고 답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실상이 그렇다. ‘KCC 작전타임’은 농구계에서 뜨거운 논란이다. 이상민 감독이 작전을 설명하면 허훈·최준용은 물론 외국인 선수 숀 롱까지 끼어들어 의견을 개진한다. ‘작전타임’이 아니라 ‘작전 토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장면을 담은 쇼츠가 유튜브에 급속도로 퍼졌다. 어수선한 작전 시간 중 감독이 자신의 의견을 거둬들이고 선수 의견을 받아들이는 짧은 영상에는 ‘감독은 누구인가’, ‘감독 작전 거절하는 선수’ 같은 자극적인 제목이 달렸다. ‘작전타임이 제일 재미있다’는 댓글도 넘친다. 스타 선수들을 향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핵심은 감독으로 향한다. 무능이냐, 소통이냐. 스포츠사에서 이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감독이 TV로 중계되는 작전타임에서 작전 부재를 드러내며 망신을 당했다. 실력 없이 권위로 짓누르다 선수 반발에 하차한 경우도 많다.
반면 소통형 감독의 대표로는 NBA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이 꼽힌다. 스테픈 커리·드레이먼드 그린 등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선수 주도형’ 전술 회의로 왕조를 만들었다.
이상민 감독은 이 논란에 “주변에서는 인과응보라고 하더라”며 웃어넘겼다. 선수 시절 자신도 감독에게 거침없이 의견을 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는 “한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상민이 삼성에서 선수로 뛸 때 지휘봉을 잡았던 안준호 전 국가대표 감독은 “KCC는 스타군단이다. 선수들은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의욕이 넘치는 선수들의 의견을 선뜻 받아들이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고 평했다. 그는 “내가 감독을 할 때도 서장훈·이상민 등이 작전에 의견을 많이 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휘둘린다, 난장판이라고 평가하는 건 섣부르다”고 덧붙였다.
5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챔프전 1차전에서 KCC는 75-67로 고양 소노에 낙승을 거뒀다.
이날 KCC 선수들은 작전타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고비마다 각자 제 몫을 다했다. 숀 롱(22점 19리바운드)은 2쿼터에만 리바운드 10개를 쓸어담으며 흐름을 뒤집었다. 허웅은 3쿼터에 3점포 3방을 연속으로 꽂아넣으며 49-32, 17점 차로 달아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준용(13점 5어시스트)과 허훈(8점 10어시스트)은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헌신적인 플레이로 압승을 뒷받침했다.
KCC는 정규 시즌 6위로 턱걸이 PO 진출에 성공한 뒤 원주 동부와 6강 PO에서 3연승, 안양 정관장과 4강 PO에서 3승 1패로 챔프전까지 올라왔다. 정규리그 6위가 챔프전에 오른 건 KBL 29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챔프전 1차전 승팀이 최종 우승한 사례는 28번 중 20회, 확률 71.4%다. 이 감독은 “1차전의 중요성을 알기에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다 쏟아붓자고 했다”고 말했다. 소노 손창환 감독은 “수퍼팀이 제대로 하니 역시 무섭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1차전은 이상민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겼으니 소통이다. 그러나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작전타임을 향해 있다. KCC가 패하면 무능론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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