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성황후 생일 축하” 순종 글씨 현판, 형제의 기증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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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예제예필현판_앞면. 사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반출 경위를 알지 못한 채 해외에 떠돌던 조선 왕실과 명문가의 유물이 재외동포 형제의 구매·기증으로 각각 한국에 돌아왔다. 이번이 네 번째인 동생의 기증에 형도 감화를 받아 함께 국가유산 환수에 노력한 결과다.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순종예제예필현판’ #형제 김창원·강원씨 각각 구매, 국가 기증 #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하 재단)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합동기증식을 열고 ‘백자청화이진검묘지’와 ‘순종예제예필현판’을 처음 공개한다. 기증자는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김창원(53)씨와 일본 도쿄에서 고미술 거래업체 ‘청고당’을 운영하는 김강원(52)씨로 둘은 형제다. 이들은 해당 유물을 각각 구입했다가 가치와 의미를 고려해 재단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형 창원씨가 기증한 백자 묘지(墓誌)는 조선 후기 예조판서 등을 지낸 문신 이진검(1671~1727)을 기리는 것으로 푸른색 안료로 글씨를 쓴 백자판 총 10점이다. 각각 세로 19㎝, 가로 14㎝, 두께 1.4㎝로 1745년쯤 제작됐다. 각 장의 앞면에는 이진검의 생애와 행적, 가계, 장례 관련 내용이 적혔으며, 뒷면에는 묘의 위치와 방향 등 풍수 관련 내용이 있다. 그의 아들이자 조선 후기 명필로 꼽히는 이광사(1705~1777)가 청해 이조판서를 지낸 이덕수가 글을 짓고, 이광사가 직접 썼다. 행초서(行草書)에 집중된 이광사 글씨 중에 드물게 예서(隷書)로 쓰여 주목된다.
백자청화이진검묘지. 사진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순종 현판’은 1892년(고종 29) 음력 9월 열린 진찬(進饌, 궁중 연회)에서 당시 세자였던 순종(1874~1926, 재위 1907~1910)이 직접 짓고 쓴 글을 새긴 현판이다. 세로 58㎝, 가로 124㎝ 크기 나무 현판에 어머니 명성황후의 생일을 축하하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테두리가 있고 용 머리와 봉황 머리를 조각한 사변형으로 위계가 높은 왕실 현판 형식이다. 먹색 바탕에 양각(陽刻, 돌출해 새김)한 글씨는 녹색으로 칠했는데 해서체(楷書體)로 엄정하고 단아하다.
동생 강원씨는 “순종의 글씨로 쓰여진 이 현판은 조선 왕실의 유물이기에 경복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증의 뜻을 밝혔다. 그는 앞서 2022년 ‘백자청화 김경온 묘지’, ‘백자청화 이성립 묘지’ 등 두 점과 2024년 송훈(1862~1926)이 쓴 현판을 각각 문중과 국가에 기증한 바 있다. 송훈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활약했던 송진우(1890~1945)의 부친이자 담양학교의 설립자다. 형 창원씨는 “옛 글씨를 수집하던 중 발견한 것으로, 조선시대 명필인 이광사의 글씨는 개인이 소장하기보다는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동생을 통해 재단과 연이 닿은 형이 기증에 동참하면서 합동 기증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기증식에선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두 기증자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한다. 재단의 박정혜 이사장은 “기증자들의 소중한 뜻이 국외문화유산의 연구와 보존,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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