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9년만의 개헌 끝내 무산…우원식 울컥에도 野 “與대변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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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과 관련해 "재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87년 이후 39년 만에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끝내 무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8일 “헌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하려 계획했던 국민투표는 무위로 돌아갔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 시행을 위한 절차는 오늘(8일)로써 중단됐다”며 “국민의힘이 어제는 투표를 무효시켰고, 오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한다고 해서 더는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헌법 개정안 표결을 위해서는 현재 재적 의원 286명 중 191명 이상의 찬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106명의 국민의힘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표결에 불참하는 데다가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하면서 표결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런 필리버스터는 정치가 아니라 민생 인질극”이라고 일갈했다.

전날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투표가 불성립됐지만 이날 오전까지도 개헌안 본회의 상정을 예고했던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장 의장석에 서서 20분간 열변을 토했다. 발언 중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다”며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에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이 50개의 비쟁점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걸 거론하면서도 “상식적인 국회 운영에 어깃장을 놓는 상황이 정말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고,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의사봉을 힘껏 3번 내리치며 산회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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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을 신청하자 이를 비판하는 발언 후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대한민국 헌법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임현동 기자

우 의장은 재작년 6월 취임 후부터 개헌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개헌에) 관심을 갖자”고 언급해 힘이 실리자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정당은 ▶계엄에 대한 국회 승인 의무화 및 해제권 부여 ▶부마 민주 항쟁,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국가균형발전 의무 명시 ▶헌법 제명 한글화 등을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본회의 산회 뒤 “(우 의장 발언 시간과 같은) 20분간 발언하겠다”며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원하는 본회의를 (야당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하고, 이게 국회의 모습이고 제대로 된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소취소 특검’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삼권분립을 파괴하면서 헌법을 짓밟는데 (헌법을) 고치면 뭐하냐”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우 의장이 (국민의힘만 비판하고) 민주당의 대변인처럼 말한 것에 대해서 유감”이라며 “의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균형적이고, 합리적으로 말해야 하는데 너무 감정적·편파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애초 이날 본회의에서 개헌안을 재투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날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이 178명이어서 투표가 불성립했고, 이에 따라 투표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우 의장의 입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심의 및 의결할 수 없음)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송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재적 과반이 출석했고, 찬성표가 재적 3분의 2를 넘지 않아 한 번 (개헌안이) 부결된 것”이라며 “(개헌안 재상정은) 명백한 위헌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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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산회 후 로텐더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청와대는 유감을 표명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헌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데에 유감을 표한다”며 “후반기 국회에서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개헌 논의를 이어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다.

이번 개헌이 무산되면서 국민투표 시행을 전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행하던 200억여원의 예산도 낭비하게 됐다. 선관위는 국민투표 시행을 전제로 예산 195억7000만원 지출을 의결해 그간 준비를 해왔다. 175개국 재외공관에 투표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비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미 쓴 예산은 사고 발생으로 인한 비용으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다른 데에 전용하지 않고 추후 회계처리에 반영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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