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런 사람 처음 봐” 法도 질타…‘채상병 사망’ 임성근 징역 3년
-
2회 연결
본문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해 채수근 상병을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사건 발생 약 2년 10개월 만에 “상급 지휘관의 무리한 지시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가슴 장화’ 등 모두 인정…“임성근, 가장 책임 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조형우)는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은 구체적 수색 지침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작전 지휘권을 행사했고, (지시가) 실제 구속력을 갖고 전파됐다”며 “부대원들의 생명·신체를 위험으로부터 방지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무리한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사단장이 당시 ‘바둑판식 수색’을 강조하면서 현장 지휘관들은 이 명령에 따라 지형정찰도 하지 못한 곳에 부대원들을 투입했다. 재판부는 “사고에 관한 피고인의 본질적 기여가 인정된다”며 “업무상과실과 발생 결과 간 인과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열악한 수색 상황을 알고도 공세적 수색만 거듭 강조하는 등 이로 인해 처벌받아도 억울한 점이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보병 부대와 비교하면서 포병 부대를 질책했고 부하들이 압박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채 상병 순직의 원인으로 지목한 ‘내려가서 의심스러운 곳을 찔러보라’는 임 전 사단장의 지시도 인정됐다. 지시 과정에서 ‘가슴 장화’가 언급됐고 허리 깊이의 수중 수색 지시가 이어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언론에 보일 성과에 치중해 대원들의 위험을 도외시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포병 여단장에게 맡겨두기만 했어도 실종자 수색 작전은 위험성 판단 재량 하에 18일 아침처럼 도로정찰을 하는 정상적 모습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임 전 사단장이) 가장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육군 제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을 넘기라는 합동참모본부의 단편명령에도 현장 지도를 하고 수색 방식을 지시하는 등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경북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2023년 7월 19일 오전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인근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낙동강 삼강교 아래를 마지노선으로 삼은 해병대가 수색대를 급파하고 있다. 뉴스1
“부작위 아닌 적극적 작위 결과”
재판부는 “작전 수행 과정에서 장병 목숨 잃는 사례가 있지만 말단 지휘관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관행이 반복됐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상급 지휘관이 단순 부작위(해야할 의무가 있는 자가 이를 하지 않음)에 그친 게 아니고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무리한 지시를 해 적극적 작위 결과로 볼만한 측면이 강하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앞서 증거를 은폐하고, 사단장으로 있으면서 부하들의 수사 내용을 확인하는 등 은폐에 급급했다”며 “사고는 포병 대대장의 일탈행위에 의한 것이라면서 부하에게 전부 미루면서 해병대원들의 분노가 차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래전 자식을 잃거나 추스르고 있던 부모들에게 사고 원인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어떻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인지, 오랜 재판 경력에서 이런 사람을 볼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 순직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채상병의 어머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책임 떠넘기기 급급”…母 오열
수해 현장을 총괄한 박상현 전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은 각각 금고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에 대해 “사단장의 적극적 공세적 수색 지침과 포병 부대 질책을 강조했을뿐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 전 대대장에 대해서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수중 수색을 금지하거나 안전 장비를 확보해 지급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했다.
채상병이 속했던 포7대대 본부 중대의 직속 상관이었던 이용민 전 대대장은 금고 10개월, 장모 전 중대장은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 전 중대장과 구속 상태인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들 공통에게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채 상병 유족 4명이 자리했다. 재판부 주문 낭독이 끝나자 채 상병 어머니는 “형량이 너무 적게 나왔다. 끝까지 과실을 인정 안하고 있다”면서 오열했다.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희생에 대한 책임이 가볍다면 어느 부모가 안심하고 자식을 군에 보내겠느냐”며 “절대 용서 못한다. 엄벌해야 한다”고 흐느꼈다.
김주원 기자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 순직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해병대 예비역연대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