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5만원 리쥬란, 한의원에선 5만원?…의사-한의사 ‘영역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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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RN 약침을 홍보하는 한 한의원의 홍보 게시물. 사진 인터넷 캡처

“고가의 리X란(리쥬란)과 동일한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성분 약침, 피부 탄력·재생에 효과적!”

전국에 7곳에 지점을 운영하는 한 한의원은 이런 문구로 ‘스킨 부스터’ 시술을 알리고 있다. 스킨 부스터는 피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유효 성분을 주사 등으로 피부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가격은 1cc 기준 4만9000원으로, 인근 피부미용 의원의 동일 성분 시술(25만원)보다 약 20만원 저렴했다.

최근 스레드 등 SNS에서는 한의원들의 피부미용 관련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연어에서 추출한 PDRN(폴리뉴클레오타이드) 성분을 활용한 ‘연어 약침’이나 ‘연아(연어로 아름답게) 약침’ 등이 대표적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PDRN 주사제를 공급받은 전국 한의원은 626곳, 공급량은 2234개에 이른다. 전년(226개)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레이저 이어 미용시술 놓고 의사·한의사 충돌 

이처럼 한의사의 피부미용 시술이 확산하자 의료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료기기·의약품 사용을 둘러싸고 의사와 한의사 직역 간 갈등이 한층 격화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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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PDRN·RN 관련 한방의 불법의료행위 규탄' 기자회견. 사진 의협

대한의사협회(의협)는 7일 ‘PDRN·PN 관련 한방의 불법의료행위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은 “한의사의 PDRN·PN과 같은 전문의약품·의료기기를 활용한 시술은 면허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PDRN·PN 기반 스킨 부스터 시술이 현대의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된 만큼 한의사가 이를 약침 형태로 조제·사용하는 건 불법이라는 취지다.

기자회견에는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 관계자 및 관련 의학회, 개원의 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학회(교수 단체)와 의사회(개원의 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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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만 의협 정책이사가 7일 의협 한특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의사의 PDRN 약침 사용이 불법 의료행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사진 속 왼쪽 병은 약품의 성분 등이 적혀 있지 않다. 한의원에서 사용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의협 유튜브 캡처

이 자리에서 김재홍 대한피부과학회 대외협력위원은 “약침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한약 제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PDRN·PN 성분 약침은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을 두지도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유효성 검사도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명확히 하고, 한의원 등에서 자행되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실효성 있게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현행 의료법에 의료인 업무 영역과 관련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아 한의계가 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수원지법 항소심 판결이 검찰 상고 없이 확정된 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엑스레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영역 전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의협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레이저·고주파 기기를 활용한 피부미용 시술 등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큰 피부미용 시장을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협은 “한의계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법적·제도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의협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PDRN 기반 화장품이 널리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PDRN 등 해당 성분은 이미 대중적”이라며 “해당 성분을 활용한 약침 역시 천연 추출물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한의사가 천연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사용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협에서 수차례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의사의 사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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