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경련 아이 7월부터 못받게 생겼다”…응급실 초비상, 무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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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경기도에서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씨는 속이 탄다. 소아 경련 환자에게 쓰는 ‘아티반 주사제’를 구할 수가 없어서다.
1년에 3~4번 정도 쓰는 아티반 주사제는 사용 빈도 자체는 낮지만, 열성경련 환아에겐 필수적인 응급 약물이다. A씨는 “대체재인 디아제팜을 구비했지만, 수련 기간을 포함해 한 번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며 “아티반과 비교하면 부작용 우려가 큰 디아제팜을 쓰지 않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소아·정신 응급 상황에서 사용되는 약인 ‘아티반 주사제’의 국내 생산이 전면 중단되면서 의료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르면 7월께 시중에 쌓인 재고가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제약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아티반 주사제를 지난해 말 생산 중단했다. 일동제약은 1982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티반 주사제를 공급해 왔으나 수익성 저하 문제로 생산을 멈췄다. 낮은 수가 문제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균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강화하면서 생산설비를 새로 갖춰야 하는 점이 제약사의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해 무균의약품 GMP를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했는데, 업계에선 제약사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추가로 설비투자를 해야 하므로 이익이 낮은 의약품의 생산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 이를 두고 한 소아과 전문의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생산 중단을 일으킨 건 식약처”라고 꼬집었다.
아티반 주사제는 의료현장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꼽힌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는 아티반 먹는 약(경구제) 대신 주사제가 쓰인다. 경련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경구제 투입이 어렵고 효과도 주사제가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신경과 뇌전증(간질) 발작, 내과 근경련, 긴장성 두통 등에도 사용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아티반 주사제가 없으면 응급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쳐 뇌 손상이 올 수도 있다”며 “응급실이라는 전쟁터에 총알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아티반은 뇌전증 발작이 5분 이상 멈추지 않는 응급 상황에서 1차 약물이다”며 “디아제팜이 대체재라고 하지만, 15~20분 안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신경학적 후유증의 위험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응급 진료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광호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사는 “행동 조절이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자에게도 아티반 주사제를 사용하는데, 이게 없다면 이런 환자들의 진료·입원도 받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아티반 주사제의 생산을 양수·양도받을 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업체 간 논의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고가 떨어진 병원이 속출하면서 의사들 사이에선 ‘이미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관계자는 “아티반 재고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미 재고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병원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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