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GP 철책 수리하다 北 향해 달린 군인…39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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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상 적진 도주 미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최모씨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1987년 부대원 20여명과 함께 최전방 감시초소(GP) 철책선 보수 공사 도중 월북을 시도한 혐의로 징역을 살았다. 39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접경지에서 바라본 북측 감시초소(GP) 앞에 북한의 대남 방송 스피커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작업하다가 비무장지대서 230M 질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구회근)는 지난달 29일 최씨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1987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11년 2개월간 복역하다 1998년 가석방됐다. 검찰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최씨가 자백한 진술 외에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보고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이 최씨 관련 과거 재판기록과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무죄 구형하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1987년 5월30일 신병교육을 마치고 강원 고성군 전방 부대로 전입한 최씨는 같은 해 6월 16일 소대장을 비롯한 부대원 20여명과 방책선 보수 작업에 나갔다. 최씨는 작업을 위해 방책선 소통문을 따고 비무장지대로 들어간 상태에서 북측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150M를 달려가다 부대원들이 쫓아 오자 들고 있던 M16 소총을 버렸고, 80M가량 더 이동해 갈대밭에 숨어있다가 체포됐다. 당시 군사법원은 “월북을 하려고 했다”는 최씨의 자백 등을 근거로 적진도주미수 혐의를 확정했다.
불법구금·폭행으로 허위 자백
재심 재판부는 최씨가 불법 구금 상태로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현장에서 체포된 후 4일 뒤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보안부대 지하실과 헌병대 유치장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형사소송법상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불법적으로 갇힌 상태에서 최씨가 한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씨가 재심 대상 사건 수사 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1987년 당시 최씨의 자백이 가혹 행위로 강요받았다는 의미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와 재심 재판에서 구타 및 폭행을 가한 군 수사관의 인상착의와 구타 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당시 군 수사관 역시 진술 강요가 여부에 관해 “전부 아니라고 말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명 진지 공사 중 탈북 이례적”
최씨가 북한으로 도주하려고 했다는 기존 공소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최씨가 부대 전입 한 달도 되지 않은 신병인 데다 편도선염을 앓으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 주목했다. 당시 통증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노랫소리(대남방송)가 들리는 방향으로 무작정 뛰어갔을 뿐이라는 최씨의 주장에 따라 월북 의사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초원 20여명과 진지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모두가 보는데 북측으로 뛰쳐나가 곧바로 체포당하는 등 탈출이 목적이라고 보기엔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과거 공안 사건 관련 재심은 늘어나는 추세다. 검찰도 재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고검·중앙지검에 접수된 재심 청구 건수는 137건으로, 2023년(23건)보다 약 6배 늘었다. 검찰은 2023년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접수된 공안 관련 재심 218건 중 91건(41.7%)에 대해 재심 개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재심 개시 사건 107건 중 63건(58.8%)에 무죄 또는 면소를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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