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쟁 후 주 1회꼴로 콕 집었다…유독 한국만 옥죄는 트럼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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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강유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마련된 현지 브리핑에서 ″공동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협의가 잘된 회담″이라 전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중동 전쟁 발발 이후 9일 현재까지 70일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한국을 직접 거명하며 파병을 압박한 것은 총 3차례였다. 트럼프가 미군 5000명 철수란 보복 조치를 취한 독일(4차례)과 사실상 비슷한 수치다. 트럼프의 뇌리에는 동북아의 한국이 중동 전쟁에서 감당해야 할 비중이 의외로 크게 각인돼 있다는 의미다.

트루스소셜 뿐 아니라 백악관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한국을 거명한 압박성 발언은 10차례에 달했다. 주 1회꼴로 한국을 특정해 군사적 지원을 촉구한 셈이다.

3월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군함 파병을 첫 공개 요구한 데 이어 4월 6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선 “한국은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4일엔 트루스소셜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연달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HMM 나무호 화재·폭발 사건을 거론하며 “한국 선박이 단독으로 항해하다 타격을 입었다. 한국이 즉각 인력을 파견해 조치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어 이튿날엔 백악관 행사에서 한국 선박이 “박살 났다”며 폭발의 원인을 이란의 피격으로 거듭 기정사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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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외교가 안팎에선 미국이 중동에서 벌어진 무력 분쟁에 동북아의 동맹국인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상황은 이례적이란 말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전 파병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한국만 특정한 압박이 거세다. 트럼프가 지난 5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선박 구출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 일시 중단을 선언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뿐 휴전 협상 경과에 따라 언제든 파병 요구가 다시 올 수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을 회피하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호혜적 동맹’이란 걸 입증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대 후반인 국방비를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3.5%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국방비 자발적 증액 등의 조치는 워싱턴 조야의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위비 인상 등과 관련해 한국을 “대표적인 모범 동맹국”으로 치켜세우며 “미국의 특별한 호의를 받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이 국방비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기로 약속하고, 북한에 대한 자국 방어의 일차적 책임을 맡기로 함으로써 모범적인 동맹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런 모범 동맹이라는 평가가 중동 전쟁 국면에선 도리어 더 큰 기여를 요구받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디.

이는 트럼프의 뿌리 깊은 ‘안보 무임승차론’ 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중동 전쟁 기간 동안 트럼프는 ▶3월 16일 백악관 행사 ▶지난달 1일 부활절 오찬 ▶지난달 6일 기자회견 등에서 실제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규모를 4만 5000명으로 반복해 부풀려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는 “나와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김정은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4만 5000명의 미군을 두고 있는데도 한국은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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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3월13일(현지시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런 식의 발언이 반복되자 정부 일각에선 그저 트럼프식 빈말로 여기는 안일함도 흘렀다. 중동 전쟁 한 가운데인 지난 3월 31일 방한한 미 의원단과의 비공개 면담 말미에 이 대통령이 “정말 미국은 나토(NATO)를 탈퇴하려고 합니까”라고 묻자 의원단은 “네버(never,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미 의회가 이미 2023년 말 국방수권법을 개정해 상원 3분의 2 이상 동의나 별도 의회 입법 없이는 대통령의 일방적 결정으로 나토를 탈퇴할 수 없도록 법적 대못이 박혀 있단 설명이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여권 관계자는 “나토를 탈퇴할 것 마냥 겁박했는데 실상 탈퇴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 아니냐”며 “트럼프의 발언이 워낙 불가측적이라 한국 정부를 겨눌 때도 처음엔 매우 황망한 분위기였지만, 이젠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의 사례는 트럼프의 압박이 언제든 ‘말’에서 실력 행사로 비화할 수 있단 걸 보여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달 27일 “미국이 이란에 수모를 당하고 있으며 설득력 있는 전략조차 없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다음 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메르츠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반발했다. 이튿날 주독미군 감축 검토를 공식화했고, 지난 1일 미 국방부를 통해 향후 6~12개월 이내에 주독미군 5000명을 철수하라는 명령을 일사천리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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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AFP=연합뉴스

한국 역시 타깃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부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법적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 상 안보 합의를 이행할 고위급 협의 채널 가동이 어렵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 별개의 사안을 물고 들어와 한·미 간 안보 협의를 흔드는 식의 양국 간 마찰이 반복되면서,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 일정은 줄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에게 동맹은 철저히 ‘비용이 투입된 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래적 관점에 기반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을 미국이 가장 많은 안보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독일처럼 당장 주한미군을 감축하진 않더라도 향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적극적으로 무기화하며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안보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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