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불 지른 뒤 소방차 훔쳐 “집에 가려고”…日 황당 ‘귀가 작전’

본문

bt5ec9fe32c9422a30df455f6cf63c1db7.jpg

지난달 아이치현에서 발생한 소방차 도난 사건을 보도하는 TBS 뉴스. TBS 뉴스 캡쳐

“지금 여자 화장실 벽이 불타고 있어요.”
지난달 26일 일본 아이치(愛知)현의 한 기차역. 긴급 신고가 접수되자, 소방차 한 대가 황급히 출동했다. 이어 몇 분 뒤, 불길을 잡느라 전력을 다하던 소방대원들은 소방차가 현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사라졌던 소방차가 발견된 건 약 30분 뒤 현장에서 9㎞ 떨어진 도로변에서다. 벽에 부딪혀 멈춰선 소방차 운전석에는 57세 남성이 앉아 있었다.

경찰에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 남성의 진술은 이랬다.
“관광차 이 지역에 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 집에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불을 지르면 소방차가 출동할 테니, 그걸 훔쳐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즉, 화장실 화재는 소방차를 절도해 집에 가려는 ‘귀가 작전’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발상이지만, 일본에서 소방 관련 차량이 도난당하는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 4월에는 나라(奈良)현의 한 병원에서는 환자를 옮긴 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입원 중이던 69세 남성이 “도망치고 싶었다”며 몰고 달아났다.
또, 2016년 10월에는 아이치현 소방서 출장소에서, 차고에 키가 꽂힌 채 주차돼 있던 구급차가 한밤중에 도난당해 1.2㎞ 떨어진 주택가에 버려진 사건도 있었다.

btcf0ea597ac63bf188026833fb045f7b1.jpg

지난달 아이치현에서 발생한 소방차 도난 사건을 보도하는 TBS 뉴스. TBS 뉴스 캡쳐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소방차 도난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운영 관행이 있다. 일본 소방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진화에 나설 수 있도록 엔진을 켠 채로 차를 둔다.
구급차 역시 환자를 이송한 뒤 다음 출동에 대비해 시동을 끄지 않고 대기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초라도 빨리 진화·구조에 나서기 위한 운영 방침이지만, 누구든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차를 몰고 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차고에 보관할 때도 즉시 출동에 대비해 키를 꽂아두는 관행이 있다. 촌각을 다투는 ‘골든타임’을 잡기 위한 운영 원칙이지만, 누군가 운전석에 앉기만 하면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적 빈틈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와 함께 일본 특유의 풀뿌리 소방 조직도 또 하나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일본 지방에는 전문 소방관 외에도 ‘소방단(消防團)’이라는 자원봉사 조직이 활발히 활동한다. 평소에는 농부·회사원·자영업자로 일하다가 화재나 재난이 발생하면 출동하는 일종의 의용소방대다. 이들은 전국 각지 약 8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이 별도로 차량과 장비를 보관하는 차고만 수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bt1e60b0fffb9229374036200d398e5c64.jpg

아사히TV의 '하야부사 소방단'은 지역 소방단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벌어지는 연쇄 방화를 다룬 드라마다. 아사히TV 캡쳐

인구가 적고, 소방서를 두기 어렵거나 접근이 어려운 산간·도서 지역에서는 이들이 사실상 소방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23년 일본에서는 이 같은 지역 소방단을 다룬 드라마 ‘하야부사소방단’이 방영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적인 조직이 아니다 보니 관리가 허술하다는 약점이 있다.
2017년 4월 아이치현에서는 소방단원 7명이 소방펌프차를 타고 인근 우동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소방차가 식당에 와 있다”는 시민 항의로 일본 소방본부 측의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65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