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귀족노조 넘어 ‘금수저 노조’…연대 잃고 개인 이익 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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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과거 연대를 중시했던 노동운동과는 결이 다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뭉친, 가장 시장주의적인 노조에 가깝다. 파업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평가한 삼성전자 노조 사태다. 노동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이 잇따라 메시지를 내는 등 정부가 삼성전자 노조 사태를 중대하게 바라보는 배경이다.

그동안 연대와 평등을 앞세웠던 노동운동이 개인과 이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독자 노조다. 기존 노동운동의 정치적 언어와는 선을 그었지만, 그 결과가 성과급 투쟁이라는 극단적 조합원 이익 추구로 나타나면서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키우고 노동운동의 퇴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① 新노조? '연대' 사라지고 '밥그릇'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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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4000명으로,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 노조인 현대차 노조 3만9662명(2025년 기준)을 크게 넘어섰다. 몸집을 불리는 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성과급 비율을 높이고 월급 1000% 상한을 없애자, 이에 대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노조 가입으로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노조의 요구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상한 폐지 등 성과급 사안에 집중돼 있다. 성과급 확대 요구도 내부에서도 실적이 좋은 반도체(DS) 부문만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부문 간 ‘노노 갈등’마저 불거지고 있다. 같은 대기업 노조인 현대차 노조도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급 대상에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과 사내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한 것과 대비된다.

② '귀족노조' 넘어 '금수저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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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삼성전자 노조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초기업노조를 표방하지만, 그간 노동운동이 기업별 울타리를 넘어 산업별·초기업별 노조로 확장해온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이라는 간판 아래 내부 구성원 '이익추구' 만을 위해 결속한 형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귀족노조에 더해 이제는 ‘금수저 노조’의 탄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성과급 요구에 교섭이 집중되는 현상도 문제다.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임금 교섭에서 성과급이 핵심 의제로 부상한 것 자체가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 임금체계 개선보다 일회성 경제 보상에 치우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삼성전자 노조 사태에서 그 흐름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사 논의에서 장기적 성장과 숙련 형성, 교육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전반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성과 보상의 상당 부분을 주식 보상 등 중장기 인센티브와 연계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는 현금성 성과급 확대만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회사의 장기 성장과 조합원의 이해를 함께 고민하기보다, 단기 보상 극대화에 치우친 일종의 ‘한탕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③ "국민적 반감 노동운동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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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노동운동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4년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3%로 수준으로, 평균 25%를 웃도는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위권이다. 이상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삼성전자 요구가 관철 될 경우 이처럼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우는 노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커져 전체 노동운동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국민들에게 지탄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메시지도 이와 같은 우려를 담고 있다.

④ 노동조합 헌법상 단체, 권리와 책임 함께 져야
노동조합의 역할이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있는 만큼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는 조합측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계 인사들은 노동조합에 부여된 권리의 이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고 지적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은 사회적 연대 가치의 틀 안에 놓인 헌법상 단결체로, 권리만큼이나 사회적 책무를 부담하는 주체”라며 “조합원만을 위한 단기적이고 맹목적인 이익 추구 행위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명환 전 위원장도 “길게 보면 노동조합에게 연대는 필수”라며 “과거 반도체 이전에 호황을 누렸던 화학업계도 결국 구조조정 시기를 맞았고, 그때 노동조합 간 연대가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도 지금은 호황이라고 조합원 이익만 앞세운다면, 산업 환경이 바뀌고 위기가 닥쳤을 때 사회적 지지와 연대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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