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얼굴로 병실 문 열고 원격으로 의사 상담…‘스마트병실’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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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중앙일보 기자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체험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고리에 손을 대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렸다. 문 앞에 가까이 다가서자 안면인식 장치가 얼굴을 알아봤고, 곧바로 문이 스르르 열렸다. 휠체어를 타거나 팔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라면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병실 출입이 한결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의 ‘스마트병실’을 찾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 안전과 편의, 의료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병실을 도입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직접 들어가 본 스마트병실은 여러 기기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계속 살피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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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중앙일보 기자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체험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침대 위에는 태블릿PC가 놓여 있었고, 침대 앞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다. 착용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혈압, 심박수, 산소포화도 같은 생체 신호가 태블릿 화면에 표시됐다.

웨어러블 기기는 혈압은 80-120, 심박수는 80, 산소포화도는 100%라는 숫자를 태블릿에 띄워 건강한 편이라고 알려줬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기기를 차고 있으면 따로 간호사를 부르지 않아도 내 몸 상태가 숫자로 잡히는 방식이다.

침대 자체도 호흡수와 맥박수를 측정하고 수면의 질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기존 병실에서는 간호사가 일정 시간마다 환자를 깨워 혈압과 체온 등을 재야 했다면, 이곳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와 침대 센서를 통해 환자 상태가 자동으로 간호사 스테이션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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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 중앙일보 기자가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체험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화장실도 ‘스마트’했다. 변기에 앉기만 해도 맥박이 측정되는 방식이었다. 병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낙상도 레이더 센서가 감지한다. 환자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일어났거나 넘어졌을 때 센서가 이를 파악해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다만 잠시 허리를 숙여 물건을 줍거나 청소하는 동작까지 낙상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사람이 주저앉은 높이에서 90초 이상 머물렀을 때 알림이 가도록 설정했다는 게 삼성서울병원 측 설명이다.

태블릿을 눌러보니 지난 검사 결과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검사 수치가 궁금하면 화면을 통해 주치의와 원격 상담을 할 수 있고, 간호사 호출도 태블릿으로 가능했다. 식단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병실 안에서 환자가 해야 할 상당수의 번거로운 요청과 확인 절차가 태블릿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음성 명령도 해봤다. 침대에 누운 채 “커튼 열어”라고 말하자 태블릿을 만지지 않았는데도 창문에 달린 커튼이 움직였다. 몸을 일으키거나 버튼을 찾지 않아도 병실 환경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유용해 보였다.

병실 한쪽에는 AI 로봇도 있었다. 오픈AI의 GPT 모델을 탑재한 컴패니언 로봇으로, 환자와 대화하며 말동무 역할을 한다. 깜빡이는 눈이 제법 귀여웠다.

로봇에게 “나 내일 부정맥 시술 있는데 많이 불안하거든. 나 좀 위로해줘”라고 말하자, 로봇은 “내일 부정맥 시술을 앞두고 많이 걱정되시겠어요”라고 답하며 차분히 위로의 말을 건넸다. 병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환자에게는 말동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 모든 것이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현재 스마트병실은 환자의 생체 정보와 병실 내 상황을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단계다. 박경민 미래병원 TF장(순환기내과 교수)은 “현재는 데이터가 전달되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병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토대로 환자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가 적용된 병실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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