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늘 밤 답 온다”던 이란 침묵…트럼프, 악재 속 시진핑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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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오는 14~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마라라고 정원을 산책하며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포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초 높은 지지율과 상호관세를 무기로 내세우고도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진행된 시 주석과의 담판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택해 “트럼프는 항상 도망간다”는 의미의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지만, 핵심 무기였던 상호관세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위법이 됐고, 특히 이란 전쟁에 대해 중국의 역할을 부탁해야 할 상황이 될 경우 협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맞선 희토류…휴전으로 끝난 1차 회담
미·중 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공급망 재편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질서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다.
현지시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뒤로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전세계를 향한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준비했다. 직후 34%로 시작한 대중 관세는 엿새 만에 145%로 치솟았고, 중국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관세율을 수시로 변동했다.
그러나 중국은 맞불 관세로 버텼고, 특히 반도체를 비롯해 첨단 군수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하는 농업과 직결된 대두 수입 등을 무기로 내세워 미국을 역으로 압박했다. 중국의 예상 외 강한 대응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지난해 10월 1차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사실상의 ‘휴전 협정’을 맺고 일단 무역 전쟁을 보류했다. 한때 145%까지 올랐던 대중 무역 관세는 현재 1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상호관세 무력화…직후 이어진 이란 공습
이번 회담을 앞두고 중대한 변수가 생겼다. 지난 2월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격 수단인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무역법원은 지난 7일 미국이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임시로 부과한 무역법 122조에 따른 이른바 ‘10% 글로벌 관세’마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현지시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5년 4월 이 자리에서 전세계에 대한 상호관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력을 약화하는 결정적 변수”라고 평가했다.
1차 회담에서 3월 말~4월 초 2차 회담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인 2월 28일 이란 공습을 시작했다. 핵 프로그램 무력화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미국 언론들은 제재를 받는 이란의 원유를 헐값에 구입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란 전쟁이 상호관세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중 압박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지시간 6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란전쟁 전 갤런당 3달러 아래였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현재 4.5불을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단기전을 자신했던 전쟁은 이미 두 달을 넘어섰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버티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대중 압박 수단에 앞서 미국 내 유가 급등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부담 요인이 됐다. 이란 전쟁을 대중 압박 수단으로 쓸 수 없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전쟁 상황을 이유로 예정됐던 시 주석과의 회담 일정을 미뤘다.
마음 급한 트럼프…시간 끄는 이란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 미룬 정상회담 일정이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전쟁의 교착 상황이 이어지자 이달 들어 이란에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제안해다. 공식적으론 “협상 시한은 없다”고 했지만, 폭스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선 ‘1주일’이 실제 기한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 전에 최종 합의보다 낮은 양해각서 형식으로 종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지시간 9일 호르무즈해협에 선박이 대기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이란은 이날까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연일 합의를 자신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특히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사실상 포기하고 농축 우라늄까지 미국으로 반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9일(현지시간)까지 아무런 회신을 보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전날인 8일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오늘 밤 이란의 답변이 올 것”이라고 했던 말도 결과적으로 실언이 돼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답변에 대한 언급을 피한 채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는 듯한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잇달아 올렸다. 이란을 향한 압박 수위를 올리려는 의도이자, 사실상 이란의 버티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군함이 침몰한 모습 등을 담은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잇달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안에 대한 이란의 입장이 곧 회신될 것이란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이란의 ″검토중″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 트럼프 대통령 SNS
“경제적 분노” 압박…中언론 “트럼프 힘 빠졌다”
중국 언론은 상호관세 판결과 이란 전쟁 등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빠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미국산 대두나 항공기 구매 제안 규모를 줄이는 대신, 대만·관세·수출통제·이란 전쟁 등에서 양보를 더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란이 미국의 종전합의안에 대한 답변을 미루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 골프장에서 열린 LIV 골프 대회를 관람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차남 에릭 트럼프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브렛 브루언 전 백악관 국제관여국장은 SCMP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앞에서 이런 것들을 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코넬대 앨런 칼슨 교수도 “중국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 등으로 인해 시 주석이 자신감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란 전쟁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지난 8일 이란의 무기와 무인항공기 부품 조달에 관여한 중국과 홍콩 기업 10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이 미국의 종전합의안에 대한 답변을 미루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 골프장에서 열린 LIV 골프 대회 관람을 위해 골프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해당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란 공습 작전명인 ‘에픽 퓨리(Epic Fury)’에서 차용한 ‘경제적 분노(Economic Fury)’라는 용어를 쓰며 “혁명수비대(IRGC) 지도자들이 침몰하는 배 안의 쥐처럼 갇혀 있는 동안, 재무부는 ‘경제적 분노’ 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정상회담을 앞둔 일종의 기싸움의 성격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10일 이란 육군 대변인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는 국영 IR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 미국의 전례를 따라 이란에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틀림없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 말했다. 또 적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면 “놀라운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대응에는 새로운 무기, 새로운 전술, 새로운 전장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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