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OECD 에너지물가 상승률 역대 3번째...월가선 타코 보다 ‘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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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열린 노동절 집회 참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타코(TACO)’에 빗댄 팻말을 들고 있다. 팻말에는 ‘타코 인 치프(Taco in Chief)’라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 이미지가 담겼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음식이 월가(街)를 점령하고 있다. 중동전쟁 초기만 해도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물러설 것이라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를 외쳤지만, 최근에는 ‘나초(NACHO·Not A Chance Hormuz Opens)’라는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중동전쟁 장기화와 고유가 지속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담은 신조어다.
10일(현지시간) 미 CNBC는 “나초는 시장이 단기간 내 중동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나초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하비에르 블라스가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쓰이던 표현을 처음 소개하면서 빠르게 퍼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과거 시장은 중동 리스크가 터질 때마다 “결국 조기 봉합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휴전 기대가 나와도 유가가 쉽게 꺾이지 않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이 전쟁 장기화에 베팅하는 것이다.
타코는 “트럼프는 결국 물러선다”고 해석됐지만, 나초는 다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 “나는 원래 타코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나초는 맞다고 본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경제적 피해가 훨씬 심각해질 때까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움직임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 역시 급등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S&P글로벌은 “전쟁 전 선체 가치의 0.1~0.15% 수준이던 추가 전쟁위험보험료(AWRP)가 3월 초에는 2.5%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단기 국채 금리가 뛰고 장단기 금리 차도 빠르게 좁혀지는 등 채권시장도 공급발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실물경제 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3월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8.1%를 기록했다. 전월(-0.5%) 대비 상승률은 한 달 만에 8.6%포인트 뛰었다. 이는 1971년 이후 세 번째로 큰 상승 폭이다. 주요 7개국(G7)의 에너지 물가 상승률 역시 2월 -1.8%에서 3월 8.2%로 급등했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시장에서는 특히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각국이 전략 비축 확대에 나설 수 있어서다. 미 경제잡지 포천(fortune)은 “3월 1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글로벌 석유 재고는 하루 약 480만 배럴씩 줄어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사상 최대 분기 감소 폭을 갈아치웠다”면서“종전 후 여러 국가가 전략 비축유를 전쟁 이전 수준 이상으로 늘려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4.10→4.35%)과 노르웨이 노르게스은행(4.00→4.25%)은 에너지발 물가 압력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긴축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더는 이번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충격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모든 시장이 나초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원유·보험·채권시장은 장기 충격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여전히 사상 최고치 부근이다. 한편에선 협상은 이뤄질 것이라는 타코식 낙관론이 살아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타코와 나초 트레이드가 2분기에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가시적인 종전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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