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업이익 배분? 그런 거 없다”…엔비디아·TSMC의 성과급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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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현금보다 주식으로, 개인 성과를 따져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줄 때의 공통적인 원칙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요구처럼 “영업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규정 등은 대부분 갖고 있지 않다. 중앙일보가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의 경우 현금 성과급 대신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 조건을 걸어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제도다. 스톡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권리)과 구분된다.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회사 입장에선 직원 이탈을 막고, 현금 보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포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약 15만 달러(약 2억2000만원) 상당의 RSU를 지급했다.
인텔·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는 물론이고 아마존·알파벳(구글)·메타 등도 RSU를 성과급으로 활용한다. 인텔의 경우 현금 성과급을 주더라도 회사 매출뿐 아니라 매출총이익률(수익성), 영업비용, ‘ITJ(Intel Top Jobs)’로 불리는 전략 과제 달성 여부, 개인 성과를 각각 20%씩 반영해 정한다. 회사 실적이 좋더라도 비용 관리, 목표 달성에 미달할 경우 성과급이 줄어들 수 있다. 마이크론은 기술 성과, 비용 절감,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성과급을 준다. 단순히 목표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고 성과급을 더 주는 구조가 아니란 얘기다.
김영옥 기자
성과급은 매년 경영 실적과 투자 계획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는 구조도 아니다. 엔비디아·인텔은 연간 성과 지표와 보상안을 마련해 ISS 같은 외부 독립 의결권 자문사의 검토를 받는다. 보상 규모의 적절성과 리스크(위험) 등을 검토한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뒤 주주총회에서 검증한다.
TSMC는 상대적으로 주식보다 현금 보상을 선호하는 편이다. ‘연간 이익의 1%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무노조 경영 원칙에 따라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한 ‘보상 및 인재 개발 위원회’에서 성과급 규모를 검토한다. 연간 이익의 1%는 최저 기준이다. TSMC는 지난해 성과급으로 총 2061억4592만 대만달러(약 9조6000억원)를 책정했는데, 이는 영업이익의 10.6% 수준이다. TSMC는 최근 3년간 매해 1인당 평균 1억원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TSMC는 현금 보상에 더해 RSU와 조금 다른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RSA) 제도를 병행한다. ‘미래 핵심 기술 및 전략 개발을 위해 선정한 핵심 인재’만 RSA를 받을 수 있다. RSU가 성과를 달성한 뒤 주식을 주는 방식이라면, TSMC의 RSA는 주식을 먼저 주고 성과를 내면 양도를 허용하는 식이다.
성과급을 주더라도 ‘회사의 성과’가 아닌 ‘개인의 성과’를 따지는 데 깐깐하다. 메타의 경우 직급별 성과, 개인 성과, 회사 성과를 따져 성과급을 결정한다. 세부 수치는 목표 달성 정도 등을 고려해 이사회가 결정한다. 구글도 회사 성과뿐 아니라 개인과 소속 부서 성과를 따져서 준다.
무엇보다 성과급이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크런치 모드(crunch mode, 장기 집중 근무)’나 주 7일제, 중국·대만 IT 기업의 ‘996(오전 9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주 6일 근무)’ 문화 등 혹독한 환경에서 일한 결과란 점도 고려해야 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바탕으로 성과를 계산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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