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지컬과 발레가 만난 ‘무해한’ 매력…서울예술단 40주년 공연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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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모리스 라벨의 동명 음악에 맞춰 만든 ‘볼레로’는 주역이 특히 돋보이는 발레 작품이다. 세계적인 무용수들이 ‘볼레로’의 주역 ‘라 멜로디’를 거쳐 갔다. 마린스키 수석무용수 김기민은 베자르 발레 로잔(BBL)과 함께한 지난달 내한 공연에서 국내 무용수 중 처음으로 ‘라 멜로디’를 맡아 15분간 독보적인 독무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공연 모습. 사진 서울예술단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서울예술단 40주년 기념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에도 ‘볼레로’의 선율이 울려 퍼지고 한명의 발레리노가 조명된다. 유명 발레 콩쿠르에서 수상한 발레 유망주 ‘채록’이다. 하지만 그가 받는 스포트라이트는 영광의 조명과는 거리가 멀다. 집안 사정으로 발레 연습 대신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하는 그는 부상까지 겹쳐 발레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은 상태다.
그런 채록 앞에 76살에 발레를 하겠다는 ‘덕출’이 나타난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간 러시아에서 본 발레에 대한 동경심을 품은 채 평범하고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온 그는 인생 황혼기에 발레에 도전하기로 한다.
가족들로부터 “발레파킹 하신다고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들의 반대는 특히 격렬하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문경국 발레단’에서 덕출은 채록을 만나고 그의 제자가 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나빌레라’는 요즘 보기 드물게 ‘무해’하다. 그 흔한 ‘빌런’(악역) 하나 없다. 발레를 하겠다는 덕출과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는 아들 역시 실은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크다. 덕출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덕출의 도전을 돕는 조력자가 된다.
담백하다고 해서 맛없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이지나 연출은 “착한 작품은 착한 작품만의 매력이 반드시 있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통한 듯했다. 원작 웹툰이 왜 통했는지를 무대에 오른 ‘나빌레라’도 보여줬다. 한 여성 중년 관객은 “자꾸 눈물이 나네”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나빌레라’. 76살에 나이 발레에 도전한 채록(오른쪽)이 그의 스승 덕출과 함께 공연을 펼치는 모습. 사진 서울예술단
‘가무극’을 표방한 이 작품은 뮤지컬과 발레를 접목했다. 다른 뮤지컬보다는 안무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 ‘킬링 넘버’는 없지만 대신 ‘백조의 호수’ 와 같은 귀에 익은 발레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 작품의 안무는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발레,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안무가로 왕성히 활동중인 유회웅이 맡았다. 그는 뮤지컬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수준 높은 발레 동작을 적절하게 선보였다. 서울예술단 단원 및 리허설을 통해 선발된 객원 배우들이 발레 무대를 소화했다.
이번 작품은 2019년 초연, 2021년 재연에 이어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서울예술단 단원인 최인형이 초연, 재연에 이어 다시 덕출역을 맡았다. 채록 역에는 그룹 SF9의 재윤과 빅스의 이재환(켄)이 더블 캐스팅됐다.
‘나빌레라’의 서울 공연은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이어 대구, 밀양 등에서 공연을 한 뒤 오는 7월 대만 타이중 국립극장 무대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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