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2석 →1453석…英지선 개혁당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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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운데)가 8일(현지시간) 런던 헤이버링구 청사 앞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선거는 항상 세계의 관심사다. 현대 의회 민주주의의 뿌리가 싹 튼 국가여서다. 그런데 최근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1834년 창당)·노동당(1900년 창당) 양강(兩强) 체제를 깨고 강성 우파 성향 개혁당(Reform UK, 2019년 창당)이 1당으로 떠올랐다. 서구권 전반에서 나타나는 정치 양극화·우경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7일 영국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치른 지방선거에서 나이절 패라지(62) 대표가 이끄는 개혁당이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136개 의회에서 5066석을 새로 뽑는 선거다. 한국으로 치면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에 해당한다. 기존 지방의회 의석이 2석이었던 개혁당이 1451석을 더 얻어 1453석을 확보했다. 텔레그래프는 “패라지가 총리 후보급 존재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집권 노동당은 1068석으로 내려앉으며 1당 자리를 개혁당에 내줬다. 기존 2564석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1496석을 잃었다. 특히 노동자가 밀집한 잉글랜드 북부 ‘레드월(red wall)’ 지역에서 노동당 지지층이 대거 개혁당으로 이탈했다. 보수당도 기존 1364석에서 563석을 잃으며 801석만 살아남았다. 자유민주당(844석)과 녹색당(587석)도 선전했다. 가디언은 “사실당 5당 체제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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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했다. 스타머는 성장 둔화와 고물가로 여론조사에서 20%대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통 지방선거에선 집권당만 심판받는데 이번엔 ▶보수당 지지층도 개혁당으로 대거 이동했고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국 단위에서 개혁당이 선전했고 ▶노동당이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초반이라 여당에 유리한 상황인데도 반전을 일으켰다.

총선까지 돌풍이 이어질 경우 영국 의회가 재편될 수 있다. 다만 총선은 소선거구제다. 전국 득표율이 높더라도 특정 지역에서 1등을 하지 못하면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개혁당의 뿌리는 패라지가 창당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당이다. 반(反)이민, 감세, 반EU, 반엘리트, 정치적 올바름(PC) 타파 등을 내세운다.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성향이 짙은 강성 우파긴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인종·민족 우월주의를 좇는 극우 정당과는 구분된다. 패라지는 선거 승리를 확정한 뒤 “더는 좌파도 우파도 없다. 영국 정치의 역사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국내 이슈가 아니다. 최근 서구권 전반에서 기존 중도 정당이 흔들리고 강경 우파·포퓰리즘 정당이 부상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독일은 2월 총선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율로 제 1야당에 올랐다. 프랑스도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집권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네덜란드도 2013년 11월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PVV)이 1당에 올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 미국 우선주의)가 공화당의 핵심 노선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제적 불안’이 정치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주택난과 실질임금 정체 등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가디언은 “경제 불안이 유권자를 기존 정당에서 떠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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