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하늘이 선택한 지도자’ 과시하려?...트럼프·시진핑, ‘하늘제단’ 함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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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베이징 천단의 기년전 정중앙에 마련된 제단에 “황천상제(皇天上帝)”라고 쓰인 위패가 놓여있다. 오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경진 특파원
“황천상제(皇天上帝)”
지난 1일 찾아간 베이징의 랜드마크인 둥근 3단 지붕의 천단(天壇) 기년전(祈年殿). 제단에 놓인 푸른 위패에 금색 한자 네 글자가 선명했다. 옆에는 만주어가 보였다. 건물 안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상징하는 금빛 문양의 용정주(龍井柱) 4개, 12개월을 상징하는 붉은색 금주(金柱) 12개, 하루 12시진(時辰)을 의미하는 자색의 첨주(檐柱) 12개, 총 28개의 기둥이 보였다. 하늘의 28개 별자리를 상징하는 장치다.
기년전의 년(年)을 고대 자전인 『설문해자』는 벼와 곡식이 익는 수확의 의미로 풀이했다. 기년전은 명·청대 황제가 하늘에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노동절 연휴 첫날이던 이날 천단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공원 안에서 간간히 사복 차림을 한 보안 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보였을 뿐, 미국에서 오는 국빈 맞이를 준비하는 기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 1일 베이징 천단의 기년전에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오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신경진 특파원
사흘 뒤인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곳을 찾는다고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이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2017년 11월 자금성 투어의 연장선에 놓인 일정이다. 8년 반 전 황제의 집무실을 함께 둘러봤다면 이번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에서 두 강대국 정상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길 예정이다.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천단을 중국식 천하질서를 상징하는 장소로 해석했다. “독립 250주년을 맞는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중국 역사의 유구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 모두 천하질서에 속한다는 중국식 가치관을 강조하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추동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까지 담은 문화 외교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강 교수는 시 주석이 천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낼 발언도 이번 방중 기간 핵심 관전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천단 방문이 두 정상을 하늘이 선택한 두 지도자임을 드러내려는 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시사 평론가 덩위원(鄧聿文)은 중앙일보에 “만리장성은 시간과 거리, 차를 마시며 담소하기 적절한 장소가 없어 배제했을 것”이라며 “천단 기년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을 이른바 ‘하늘이 선택한(天選)’ 지도자로 암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천단은 또한 미국과 중국에게 은원(恩怨)의 장소이기도 하다. 청말 1900년 8월 의화단 운동을 진압한다는 이유로 8국 연합군(일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이탈리아)이 베이징을 점령했을 당시 영국과 미국 연합군이 천단에 군 사령부를 설치했다. 당시 연합군은 약탈을 위해 베이징-톈진 철로를 베이징 남쪽 영정문을 거쳐 천단까지 연장했고, 1901년 10월 철수했다고 중국청년보가 지난 2019년 보도했다.

1970년대 천단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사진 중국청년보
천단을 찾는 첫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자금성, 만리장성, 명 13릉과 함께 천단을 방문했다. 1975년에는 포드 대통령이 닷새간 머물며 장성, 이화원과 함께 천단을 찾았다.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도 천단을 찾아 “미국의 국력이라면 기년전은 재현할 수 있겠지만 천단의 고목은 결코 똑같이 만들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천단은 300년 이상 고목이 1000그루 이상 남아있는 거대한 수목원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자 베이징 방문 당시 이설주 일행이 천단을 찾기도 했다.
한편 중국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13~15일 국빈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소셜미디어(SNS) 위위안탄톈(玉淵譚天)은 이날 지난 2024년 11월 7일부터 지난 2월 4일까지 총 7차례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 및 회담 기록을 게재했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지난 2017년 4월 미국 플로리다, 7월 독일 함부르크, 11월 중국 베이징,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2025년 10월 한국 부산까지 모두 6차례 열렸던 정상회담의 영상을 올리며 회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12~13일 한국을 방문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서로가 관심을 갖는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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