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입양의 날’ 맞아 해외 입양인 등 80명 “불법 입양” 진실규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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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90년대에 해외로 입양된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11일 제21회 입양의 날을 맞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과거 입양 과정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조사를 신청했다. 이들은 진실화해위에 해외 입양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국이 설치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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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해외입양·아동권리 진실규명연대 등 단체 회원 및 해외입양인들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혼혈인 해외강제입양과 시설학대 진상규명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입양인 지원단체 사단법인 ‘뿌리의집’은 이날 “해외 입양인과 가족 등 모두 80명이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청으로 진실화해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해외 입양인은 모두 391명이 됐다. 진실화해위 2기는 해외 입양 사건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그 과정에서의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367명의 조사 요청을 받아 2년 7개월 동안 조사했지만, 56명에 대해 ‘진실 규명’을 결정하는데 그쳤다. 당시 ‘자료가 없어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해외 입양인들이 “자료가 없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인권 침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입양인들은 진실화해위 3기가 해외 입양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 3국’ 출범을 예고한 만큼 지지지부진했던 2기와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덴마크에 사는 마리안느(53·한국명 이현화)도 그중 한 명이다. 그 역시 진실화해위 2기에 조사를 신청했지만, 당사자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한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받은 입양 서류에는 “길거리에 혼자 있어 시설로 옮겨진 뒤 입양됐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지만, 최근 DNA 대조를 통해 가족을 찾아주는 사설 업체를 통해 생모와 만난 뒤 들은 얘기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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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양부모가 입양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덴마크로 보내진 마리안느의 사진(왼쪽). 오른쪽은 2024년 6월 대전 중구 뿌리공원에서 찍은 마리안느의 사진. 사진 독자

그의 가족은 마리안느에게 “의사가 피부 질환을 이유로 잠시 떨어져 살라고 해 잠시 시설에 맡겼는데, 약 4개월 뒤에 찾으러 가니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며 “실종 신고도 하고 경찰에 DNA 등록도 하는 등 지금까지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50년이 넘도록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았다”며 “진실화해위가 분명한 결론을 내려주고, 나아가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조사 늦어지자 법적 조치 나서기도 

조사가 늦어지며 직접 법적 조치에 나선 경우도 있다. 덴마크에 거주하는 토마스(47ㆍ한국명 김보배)는 지난해 12월 8월 본인을 입양 보낸 시설과 부산에 있는 한 보육원을 고소했다. 의료 기록에 따르면 그는 서울 중랑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친권 포기로 입양 시설이 관리하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시설에 입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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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를 입양보낸 시설이 입양 센터에 후견권을 이양한 각서. 토마스는 ″우리 부모는 나를 시설에 보내는 것에도, 또 입양을 보내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독자

하지만 그의 덴마크 부모가 받은 입양 서류에는 부산에 있는 보육원에서 이동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토마스 사건은 종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그는 “입양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한 개인이나 공무원, 시설 등에 대한 형사적 처벌을 요청해둔 상태”라며 “민사로 보상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이 다른 해외 입양인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진실화해위 조사를 통해 이 과정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 입양 당사자들은 해외입양 사건과 집단 수용시설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 3국’이 신설되는 3기 진실화해위가 2기 때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한분영 덴마크한국인진상규명그룹 대표는 “조사 3국 신설 예고로 해외 입양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시설에 단순히 협조 요청만 할 수 있었던 2기와 달리 3기는 시정 권고 등 실질적 권한이 생기면서 조사 신청자도 늘고 입양인들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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