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훈계가 무너지면 교육도 사라진다”…26년차 초등교사가 말한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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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김현주 교사가 자신이 펴낸 『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살아남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민상 기자

“방패 없는 교사에게 거침없이 화살이 날아오고 있어요. 그 사이 아이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가르침이 사라지고 있죠. 생명력 있는 훈계로 다시 교육할 수 있을 때 망가진 공동체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달『부당한 아동학대 신고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펴낸 김현주(51) 교사는 출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책은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26여년간 근무한 그가 온라인 블로그에 남겼던 기록을 토대로 한다. 제자의 학부모로부터 억울하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한 뒤 이를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겼다. 블로그를 보고 공감했던 교사들의 권유로 출간을 결심했다.

지난달 29일 기자를 만난 김 교사는 교사들이 블로그에 비밀 댓글로 남겼던 사연을 전했다. “(학부모가) 죽이러 올 것 같아 심장이 제멋대로 뛴다”, “교실이 불구덩이에 들어가는 것 같아 탈출시켜 달라고 교감에게 울며 애원했으나 ‘버티라’고만 한다” 등과 같은 절박한 호소들이 많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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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앞에서 경찰이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가는 추모객들을 막아서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던 김현주 교사도 서이초 교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제지를 당했다. 연합뉴스

김 교사도 3년 전 아픔을 겪었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뒤 직위 해제, 담임 교체를 당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할 때까지 근 2년의 세월을 형사 고소, 민사 소송에 대응하느라 허비했다. 그는 “응급실을 수차례 오가는 고통 속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신고를 당한 시점은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다.

김 교사는 “사건 당일 서이초 교문 밖에서 별이 된 그분을 울면서 추모했다. 그리고 곧 내게 비슷한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근무지, 경력과 무관하게 대한민국의 교사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란 얘기다.

동료 교사들에게 그는 ‘적극적인 방어’를 당부했다. 정당한 생활 지도 내용이 담긴 교무일지 등 날짜가 확인되는 기록을 남기고 가급적 내부 결재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김 교사는 “(아동학대는) 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한 무서운 법이지만 실제 교사 기소율은 2% 미만으로 대부분 무혐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최근 수학여행·체험학습의 감소 현상을 두고 “교사에게 모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구조부터 풀어야 한다”며 “옛 모습을 되찾으려면 교사·학생 모두 안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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