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 집착’ 트럼프만 속탄다…이란, 美제안 걷어차고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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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해적 모습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열어라”고 말하는 풍자 만화를 1면에 담은 신문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전쟁은 70일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평행선이다. 종전의 핵심 요건인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얘기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된 논의는 10일 이란의 답변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며 결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용의가 있지만, 미국이 제안한 20년보다는 짧은 기간을 제시했다.

이란, 트럼프 제안 사실상 모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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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 측은 이미 보유한 60%의 고농축 우라늄(HEU) 440㎏에 대해 미국으로 반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일부를 희석해 제3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이전된 우라늄도 협상이 결렬되거나 미국이 추후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시 이란으로 반환한다는 ‘보장’을 요구했다. 이란 내 핵시설 해체 요구도 거부했다.

대신 이란은 미국에 이란 선박 및 항만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면 호르무즈해협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이후 30일간 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 7일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추가 협상을 위한 30일간 휴전 등의 14개 조항이 담긴 종전 협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이란에 제시했다. 초안엔 ▶우라늄 농축 20년 중단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핵시설 폐쇄 ▶HEU 전량 미국 반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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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란 측의 답변을 지난 8일 밤에는 받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란은 검토 중이라고 일관하며 시간을 끌었다. 트럼프가 말한 시한을 이틀이나 넘긴 10일에야 답변을 보냈지만, 내용은 미국 측 요구사항에 대한 거부였다.

오바마보다 좋은 조건 절실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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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실상 이란이 트럼프가 생각하는 이번 협상의 레드라인인 ‘오바마보다 더 좋은 조건’ 합의를 거부한 모양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인 지난 2015년 이란과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 이름의 핵합의를 이뤘다. JCPOA에선 이란에 15년간 3.67% 이하 우라늄 농축만 허용하고, 이미 농축한 우라늄은 러시아로 반출하는 대신 서방은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JCPOA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 한다고 주장하며 2018년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이란은 47년 동안 미국과 세계의 나머지 국가를 가지고 놀고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며 “그러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자 횡재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HEU를 제3국이 아닌 미국으로 보내고, 우라늄 농축은 15년간 3.67%가 아닌 20년간 전면 중단하며, 주요 핵 시설도 폐쇄하는 등 오바마보다 좋은 조건을 이란으로부터 얻어내는 일은 트럼프에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이란 핵 능력 제거를 위해 일으킨 이번 전쟁을 끝낼 명분이 서기 때문이다.

이란, 트럼프 속내 태울 침대 축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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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발리 아스르 광장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여성 뒤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을 호르무즈해협을 상징하는 파란색 천으로 틀어막고 실로 꿰맨 듯한 그림의 광고판이 걸려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이란도 트럼프의 속내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란은 서둘러 합의하기보다 트럼프의 애를 태우는 ‘침대 축구’식 협상 지연 전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인정,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금 및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 등의 더 큰 보상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트럼프가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이란 측 협상단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트럼프가 만족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해외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가 모든 협상의 전제 조건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은 전쟁을 멈추고 불법적인 경제 봉쇄와 해적질(이란 유조선 압류 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군사행동 나설까

관건은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미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이란에) 들어가서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는 최근 HEU 확보를 위한 군사적 방안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도 대비 중이다. 아크라미 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전날 이란 IRNA통신에“미국이 헬리콥터 등을 이용한 침투 작전을 통해 (HEU를) 훔치려 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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