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view] 우경화 덮친 영국, 방아쇠 당긴 건 우크라 난민 수백만명
-
1회 연결
본문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 7일(현지시간)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선거는 항상 세계의 관심사다. 현대 의회 민주주의 뿌리가 싹튼 국가여서다. 그런데 최근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1834년 창당)·노동당(1900년 창당)이 1920년대부터 100여년간 유지한 양강(兩强) 체제를 깨고 강성 우파 성향 개혁당(Reform UK, 2019년 창당)이 1당으로 떠올랐다. 서구권 전반을 휩쓴 정치 양극화·우경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BBC·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 치른 지방선거에서 나이절 패라지(62) 대표가 이끄는 개혁당이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136개 지방의회(광역의회·기초의회)에서 5066석을 새로 뽑았다. 기존 의석이 2석에 불과했던 개혁당이 이번에 1451석을 더 얻어 총 1453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집권 노동당은 기존 2564석에서 1068석으로 내려앉으며 1당 자리를 개혁당에 내줬다. 보수당도 기존 1364석에서 563석을 잃으며 801석만 살아남았다. 보통 지방선거에선 집권당만 심판받는데 이번엔 ▶보수당 지지층도 개혁당으로 대거 이동했고 ▶전국 단위에서 개혁당이 선전했으며 ▶노동당이 2024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 초반이라 여당에 유리한 상황인데도 반전을 일으켰다. 소수 정당인 자유민주당(844석)과 녹색당(587석)도 선전했다.
영국에 앞서 최근 서구권 전반에서 기존 중도 정당이 흔들리고 강경 우파·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당이 부상하는 현상이 이어졌다. 독일은 지난해 2월 총선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20.8% 득표율로 제1 야당에 올랐다. 프랑스도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집권당을 누르고 압승했다. 네덜란드도 2013년 11월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PVV)이 1당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이 극단적인 주장으로 모이는 정치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특히 난민 문제가 방아쇠를 당겼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이 유럽으로 이동했다. 초기에는 인도적 연대와 수용 분위기가 강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주거·복지·교육 비용 부담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포퓰리즘 세력이 존재감을 키우는 토대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민주주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혁당의 선전도 유럽을 휩쓴 강경 우파 돌풍의 연장선이다. 패라지가 창당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당에서 시작한 개혁당은 반(反)이민, 감세, 반유럽연합(EU), 반엘리트, 정치적 올바름(PC) 타파 등을 내세운다. 강성 우파이긴 하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인종·민족 우월주의를 좇는 극우 정당과는 구분된다. 집권 노동당이 노동자·서민의 경제난 해결에 실패하고, 보수당은 내분으로 힘을 잃은 상황에서 ‘이민자 제로(0)’ ‘엘리트 심판’ 등 직관적 구호를 내세워 민심을 얻었다. 패라지는 승리를 확정한 뒤 “영국 정치의 역사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