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전한 거점’ 명성 깨뜨렸다…걸프국 ‘탈석유’ 꿈 흔든 이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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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건물에 그려진 반미, 반이스라엘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걸프국의 탈(脫)석유 전략을 크게 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합의에 도달해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그 부정적 여파는 장기간 걸프국 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이 탈석유 경제 체제에 대한 걸프국의 열망을 위협하고 있다”며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에 (전쟁이) 타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석유 판매 수익 감소만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이자 관광 허브, 기술 거점으로 도약해온 걸프국의 장기 경제 전망을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국은 자국 경제에서 석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을 축으로 하는 국가 발전 전략을 추진해왔다. 석유 산업에서 거둔 수익을 신성장 산업에 재투자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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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선박 이동 상황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의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나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인접국을 향한 이란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중동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지역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고 그간 걸프국이 쌓아온 ‘안전한 비즈니스 거점’이라는 평판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혔다.

세계은행(WB)은 “걸프 지역 내 이번 전쟁의 경제적 여파는 당장의 혼란이 잦아든 뒤에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복구에 수반되는 비용은 공공 재정을 압박하고 장기 개발 우선순위를 밀어낼 수 있으며 훼손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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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의 폭발 화재 사고가 정체불명 비행체의 외부 공격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사진은 7m크기로 파손된 나무호 선미 모습. 사진 외교부

WP도 전문가를 인용해 “전쟁으로 걸프국은 석유 부문과 비석유 부문 모두에 똑같이 큰 타격을 받았다”며 “피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협 봉쇄 여파로 심각한 연료 부족 사태, 물가 상승 등의 문제에 직면한 아시아 각국은 이미 무역 전반에서 걸프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걸프국에 거점을 둔 외국계 기업들 역시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사업 확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동을 찾던 관광객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중동 지역 관광 산업이 전쟁 초기 하루 최소 6억 달러(약 8841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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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이란 드론 잔해 피해로 화재가 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항구 인근 모습. AP=연합뉴스

인프라 피해, 안보 위협으로 인해 과거에는 투자 목적으로 활용됐을 자금이 자국 내 복구 비용 등으로 전용되는 점도 문제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WP는 “석유·가스 생산시설 복구, 군사비 증강 등에 걸프국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이는 우선순위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적인 변화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UAE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전망된다. UAE는 전쟁 발발 이후 이란으로부터 가장 큰 공격을 당한 나라 중 한 곳이다. 이란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사망했으며 230명이 다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공격은 주로 UAE를 향했으며 푸자이라 항구 등 주요 핵심 시설이 집중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2016년에 발표한 탈석유·다변화 국가 전략인 ‘비전 2030’ 계획을 축소했다. 핵심 사업인 ‘네옴시티’ 건설도 일부 중단된 상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약속했던 2억 달러(약 2950억원) 규모의 기부도 지난달 철회했다. 대신 올해 1분기 군사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우디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응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WP는 “과거와 같이 걸프국으로부터 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서방 기업들 내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걸프국의 정부 투자 자금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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