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라는 처음이지? 경주 금관, 파리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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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 신라 특별전에 선보이는 금관총 금관(국보).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신라는 유럽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편적 인류의 유산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현대적 인기 너머에 있는 오랜 역사와 세계적 연결성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황금의 나라’ 신라를 대표하는 국보 ‘경주 금관총 금관’ 등 관련 유물 148건 333점이 1889년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국립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을 수놓는다.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8월31일까지 박물관 1개층(약 680㎡)을 할애해 열리는 특별전 ‘신라: 황금과 신성. 신라 고대 왕국 보물’(Silla: l’Or et le Sacre. Tresors royaux de Coree·아래 사진)을 통해서다. 금관총 금관과 함께 출토된 새날개 모양 금제장식과 경주 계림로 황금보검 등 국보·보물만 19건이 이를 위해 건너갔다. 신라만 조명한 건 유럽 최초이며 기메박물관의 역대 한국 전시 중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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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과 5일 기메박물관의 야닉 린츠 관장과 이번 전시를 담당한 아르노 버트란드 큐레이터를 화상으로 만났다. “한국에서 막 도착한 유물들을 풀어보면서 크게 설레고 있다”는 린츠 관장은 “유럽에선 한국을 K팝이나 K뷰티로만 아는 경우가 많아 이 나라가 지닌 깊은 역사와 문명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신라를 택한 건 “한국의 황금기(golden age)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유럽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편적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광객이 많은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전략적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왕관에 언제나 매료된다. 신라 금관의 마법 같은 매력을 석달씩 선보이게 돼 행운이다.”

직접적으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신라 금관 특별전이 바탕이 됐다. 버트란드 큐레이터는 금관 특별전 관람을 포함해 네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 관련 사서도 섭렵했다.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를 연구해온 고고학자로서 그는 기존 동아시아 전시에 대해 가져온 문제의식이 경주 방문을 계기로 확실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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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입상(국보).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그간 전시는 중국 중심으로 설명되곤 했지만 실제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신라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일본까지 이어지는 교류의 중심이었는데 이 연결은 프랑스에서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전시는 약 1000년에 걸친 신라의 성립과 삼국통일, 멸망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위해 화려한 금은제품 외에도 유리구슬, 보석, 철기 등 다양한 재료의 유물과 각종 불교 유산을 함께 배치한다. 특히 유럽·서아시아 색채가 물씬한 천마총 유리잔과 아프가니스탄 및 로마 유리를 나란히 놓아 5세기에 이미 활발했던 동서 교류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전시 포스터에도 사용된 ‘경주 계림로 황금보검’(보물)은 5세기 프랑스에서 발견된 보검과 형태적 유사성으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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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유리잔(보물). 이번 전시는 5세기 신라와 유럽·서아시아의 교류를 드러내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프랑스 관객이 신라 유물을 보며 ‘우리 것과 닮았네’ 하는 순간, 동서 문명이 오래전부터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거다.”(버트란드 큐레이터)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경주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 중인 신라 승려 혜초(704~787년)의 『왕오천축국전』이 소개되는 등 총 6개 기관이 협력했다. 신라 고분 구조 이해를 돕는 설치물과 함께 전시 말미엔 석굴암을 재현한 공간을 조성해 “유물을 보는 걸 넘어 신라로 여행하는 경험을 제공”(린츠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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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닉 린츠

프랑스 사업가인 에밀 기메(1836~1918년)의 수집품 기증에 힘입어 설립된 기메박물관은 총 6만 여점의 유럽 최대 아시아 예술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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