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시진핑 동상이몽’ 정상회담…이란·대만·무역 3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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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0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후 퇴장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에서 마주 앉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박 3일의 중국 방문을 위해 12일(현지시간) 출국길에 올랐다. 집권 1기 때인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의 방중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이란 전쟁이라는 글로벌 위기와 미·중 패권 경쟁이 맞물린 시점에서 이뤄지는 빅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아주 좋은 회담이 될 것이다.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14일 오전부터 시작되는 정상회담에서는 목표가 다른 두 정상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대미 투자 유치와 무역 합의 성과로, 상호관세 패소 판결과 이란 전쟁이 부른 국내 정치적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모멘텀으로 삼고자 한다. 시 주석은 다소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지를 활용해 대만 문제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에서 실질적 양보를 얻어내기를 원한다.

양국 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크게 이란 전쟁, 대만 문제, 무역 합의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①이란 전쟁: 中 ‘중재역할 지렛대’ 가능성  

두 정상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현안은 종전의 출구가 잘 안 보이는 이란 전쟁이다. 양국 간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던 올 초만 해도 없었던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정에 서명한 뒤 중국을 방문하는 시나리오를 그렸지만 무산된 상황이다. 협상 교착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치적 부담도 점점 가중되고 있다. 종전을 위해 이란과 우호적 관계인 중국에 영향력 행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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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있는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출국길에서 “이 문제(이란 전쟁)에 관해 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문제에 있어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고 해 미국의 협상력 약화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이 (이란 설득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은 뭐든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중재 역할론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중국으로서도 이란 전쟁은 중대 이슈다. 중국 원유 수입 물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하면 경제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시 주석으로선 종전 중재 카드를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삼아 트럼프 행정부에 대만 무기 판매 제한 등을 요구하며 전략적 이익 극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②대만 문제: 트럼프 발언수위에 ‘촉각’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가장 폭발력이 큰 뇌관으로 꼽히는 대만 문제다. 미국은 그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대만의 지위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에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로 명확하게 바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미 외교가 일각에서는 돌출 발언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법 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시 주석이 트럼프로 하여금 ‘대만은 중국의 일부’와 같이 중국에 유리한 발언을 하게 만든다면 시 주석에게는 대성공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늘 대본을 벗어나는 사람”이라는 한 아시아 출신 외교관 발언을 전했다.

다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만 이슈는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은 우리 입장을 이해하고 우리도 중국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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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8일 중국 베이징 자금성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 왼쪽부터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펑리위안 여사. AP=연합뉴스

③무역 빅딜: 트럼프 “중국에 개방 요청할 것”

또 하나의 주요 관건은 무역 협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길에서 “무엇보다 무역 문제가 (논의의) 주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145%의 대중(對中) 관세 및 첨단기술 수출 통제,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각각 주고 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여 온 미·중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무역 휴전’에 들어간 상태다.

그간 맺은 대규모 무역 합의를 자신의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의 성과로 과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국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 약속이나 수입 확대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 사전 조율을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주도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베센트 장관은 미·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3일 한국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나 회담 의제, 무역 분야 합의 사항을 최종 점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미국을 대표하는 CEO들도 대거 동행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중국 방문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가 나온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해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시 주석에게 중국을 ‘개방’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몇 시간 뒤 만날 텐데 그때 제가 가장 먼저 요청할 사항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구매해야 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대두, 그리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잉 항공기 판매에 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제안한 ‘무역위원회’ 설치를 통해 비민감 품목 교역을 관리하는 체제 구축과 희토류 수출 합의 연장도 협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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