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 못 막고, 트럼프는 대놓고 무시…UN 사무총장 선거 ‘5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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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유엔 본부 건물 앞에 유엔 로고. AFP=연합뉴스

‘세계 최고 외교관’으로 불리는 유엔(UN) 사무총장 선거가 5파전으로 압축됐다. 유엔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치르는 선거라 관심을 끈다.

13일(현지시간) 유엔에 따르면 최근 사무총장 선거에 마리아 페르난다 에스피노사(61) 전 에콰도르 외무장관이 후보로 출마했다. 사무총장 선거는 올해 하반기 중 열린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5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에스피노사 전 외무장관은 “유엔은 분쟁이 발생한 뒤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국제 분쟁 예방과 성과 중심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스피노사의 참전으로 사무총장 대진표는 라파엘 그로시(65)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미첼 바첼레트(74) 전 칠레 대통령, 레베카 그린스판(70) 코스타리카 전 부통령, 마키 살(64) 세네갈 전 대통령 등 5파전으로 짜였다. 10년 전 포르투갈 출신 안토니우 구테흐스(77) 현 사무총장을 뽑을 때 후보가 1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열기가 식었다.

이번 선거는 중남미 출신 4명, 아프리카 출신 1명 구도다. 사무총장 선거는 개인 배경만큼이나 출신이 중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국적자는 뽑지 않는 불문율에다, 지역별로 사무총장 순번을 안배하는 관례상 차기는 남미 출신이 유력하다.

아르헨티나·이탈리아·파라과이가 공동 추천한 아르헨티나 출신 그로시 사무총장이 현 시점 1순위로 꼽힌다. IAEA 수장으로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사찰과 이란 핵 협상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 보수진영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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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한국에 들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중앙DB

브라질·멕시코가 추천한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 유엔여성기구(UN Women)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낙태 옹호 등을 이유로 역시 미 보수 진영에서 반대하는 기류가 변수다. 그린스판 전 부통령은 ‘글로벌 사우스(남미·아프리카·중동·동남아 등 남반구 개발도상국)’ 연대를 강조한다. 살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약세로 분류된다.

사무총장에 당선되려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특정 국가와 너무 가깝다는 인상을 줄 경우 나머지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안보리 이사국 15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사국 모의 투표를 거쳐 최종 합의한 후보 1명을 총회에서 투표 없이 박수로 인준하는 식이다.

차기 사무총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힘이 빠진 유엔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 “유엔은 핵무기를 휘두르고,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불량 정권(북한)조차 비난할 수 없다.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서 쓸모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가자·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에 막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유엔을 두고 “사람들끼리 모여 얘기나 하는 사교 클럽”이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엔 산하 기구를 탈퇴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를 따로 만드는 등 유엔과 ‘거리 두기’에 한창이다. 국제위기그룹(ICG) 소속 대니얼 포티 유엔 담당 국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이번 사무총장 선거의 본질은 인물 경쟁이 아니다”며 “유엔이 여전히 쓸모 있는 기구인지에 대한 집단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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