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빈관보다 격 높아”...시진핑, 천단 이어 ‘중남해’ 관저 외교로 트럼프 녹인다

본문

bt0f6971d25603fcaf2b78ac710bf9e35a.jpg

중국의 권부인 중남해 전경. 사진『중남해』(신화출판사, 198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해 천단(天壇)과 함께 중남해(中南海) 관저 외교를 준비했다. 9년 전 ‘방중 1.0’의 하이라이트가 도착 첫날 자금성(紫禁城) 황제외교였다면 이번 ‘방중 2.0’의 의전 포인트는 셋째 날 시 주석의 집무실이자 관저인 중남해에서 펼쳐질 전망이다.

미국 백악관은 출발 전 수행 기자단에게 배포한 15일 일정표에서 양국 정상의 티타임과 양자 오찬 장소를 댜오위타이(釣魚台) 국빈관이 아닌 중남해라고 안내했다. 화려한 이미지와 호스트의 환대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해 황제의 제단인 천단에 더해 국빈관보다 한층 사적이면서도 격이 높은 관저 외교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bt30217d0897df033f13e258237b7c8b69.jpg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M. 닉슨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마오쩌둥 중국 공산당 주석(가운데)과 회담하고 있다. 이 역사적인 회담에는 (왼쪽부터) 저우언라이 총리, 통역관 탕원성,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했다. 게티스이미지

중남해 관저 외교는 마오쩌둥이 시작했다. 1972년 2월 21일 미·중 데탕트를 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을 마오가 도착 첫날 자신의 서재이던 지금의 수영장동(棟)으로 초대해 환담을 나눴다. 마오는 그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栄) 일본 총리도 같은 장소에서 접견했다.

bt8ea8a80f8c7699a8a24ca9afd5d4cbb7.jpg

지난 2014년 11월 베이징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을 자신의 관저이자 집무실인 중남해로 초대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화 선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버락 오바마 백악관 사이트

bt0dbb4b5a4e9c6af23c8daa743313582e.jpg

지난 2014년 11월 11일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중남해 함원전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신화사

시 주석의 중남해 외교는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4년 11월 11일 당시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 참석차 중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중남해로 초대해 서니랜즈 별장 초대에 화답했다. 노타이 차람으로 격식 없이 만난 두 정상은 오후 6시 30분부터 11시 15분까지 소인수 식사를 마친 뒤 두 정상이 통역만 대동해 영대(瀛台) 주위를 산책했다. 인민일보는 함원전(涵元殿) 앞에서 악수하는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당시 시 주석은 “강희(康熙) 황제는 이곳에서 내란을 평정하고 대만을 수복할 계획을 세웠다. 광서(光緖) 황제는 나라가 쇠약해지자 백일 유신(변법자강운동)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뒤 자희태후(서태후)에 의해 이곳에 유폐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역사는 비슷하다. 개혁은 모두 저항에 부딪힌다. 이는 불변의 규율이다. 우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고 관영 소셜미디어(SNS) 학습소조(學習小組)가 전하기도 했다.

btaec373ebd1c84f34899124ae095aa50f.jpg

지난 2024년 5월 베이징을 국빈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두번째)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남해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있다. 오는 15일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남해 차담회가 예정되어 있다. EPA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중남해 초대를 받았다. 지난 2024년 5월 국빈 방중 당시 특별히 남해(南海) 호수변에서 시 주석과 티타임을 갖고 우의를 다졌다. 지난해 6월에는 영대가 아닌 자신의 집무실 옆까지 개방했다. 시 주석이 알렉산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풍택원(豊澤園) 입구에서 맞이해 순일재(純一齋) 접견실로 안내하면서 “내 집무실이 바로 옆”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육성으로 벨라루스 관영 방송을 탔다. 당시 배석했던 벨라루스 부총리는 귀국한 뒤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당시 만찬에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외에 딸 시밍쩌(習明澤·34)도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티타임은 지난 2017년 ‘방중 1.0’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베이징 공항 도착 즉시 자금성의 남서문인 서화문(西華門) 안쪽에 위치한 유일한 서양식 건물 보온루(寶蘊樓)로 안내받았다. 시 주석 부부는 트럼프 부부에게 차를 대접하며 “국빈 방문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창음각(暢音閣)의 경극공연과 건복궁(建福宮)의 특별 만찬, 건륭제의 서재인 삼희당(三希堂)까지 들른 것으로 전해진다.

bt53b18f7aa4f0ab0214a0df1f7570f29e.jpg

중남해. 사진 구글맵 캡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중남해 의전에 대해 “1972년 닉슨과 마오의 데탕트 외교의 재현이자, 지난 2017년 트럼프의 마러라고 별장 초대에 화답하는 의미”라며 “공식회담과 천단외교의 성과를 본 뒤, 오바마·푸틴과 동급으로 영대에서 맞이할 지, 루카센코처럼 집무실 바로 옆까지 안내할 지 판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년의 시간을 두고 펼쳐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2.0’은 2박 3일의 일정,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 동행 등 형식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미·중 역학관계와 국제정세는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우심보(吳心伯) 푸단대 교수는 중국의 관심사로 3개의 T, 즉 무역(Trade), 대만(Taiwan), 테헤란(Teheran)을 꼽았다. 그는 “중국은 무역에서 미국이 관세를 풀고, 수출 제한을 완화하며, 1000여개 제재 목록을 해제하고, 각종 투자 제한도 완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중국도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바란다”면서도 “다만 미국의 요구처럼 이란에 일방적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는 미·중 모두 차선의 결과에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딩리(沈丁立) 전 푸단대 교수는 “중·미 모두 자기가 가장 원하는 것은 얻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모두 차선을 선택하면서 상대방 요구에 수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중남해 외교 효과는 15일 늦게 나올 전망이다. 쑨청하오(孫成昊)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게시물의 어조가 중요하다”며 “시 주석을 자신이 직접 초청했고, 시 주석이 이를 수락했다는 메시지가 최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 경우 두 정상은 올해 최소 한 차례 이상 더 만나 전략적 안정을 다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회담을 마친 후 트위터(현재의 X)에 “자금성에서 잊지 못할 오후와 저녁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관련기사

  • 시진핑 외동딸, 정치 데뷔?…33세 시밍쩌 외빈만찬 첫 배석

  • ‘하늘이 선택한 지도자’ 과시하려?...트럼프·시진핑, ‘하늘제단’ 함께 오른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5,36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