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꺼지는 ‘다이아는 영원’ 신화…美 약혼반지의 61%는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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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Diamonds are forever)”는 광고 문구가 이젠 옛말이 됐다. 합성 다이아몬드(랩그로운)의 공세와 수요 절벽이라는 이중 악재에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보츠와나 가보로네 다이아몬드거래회사(DTC)에서 천연 원석 다이아몬드가 전시되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이날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85.22으로 1년 전(94.64)보다 9.9% 내렸다. 2022년 3월 사상 최고치인 158.39(2021년=100)과 비교하면 46.2% 떨어졌다. 다이아몬드 업계 1위인 드비어스의 올해 1분기 원석 평균 판매가격은 캐럿당 101달러로 전년 대비 19% 하락했다.
1년 사이 금값이 약 45% 오른 것과 비교하면, ‘보석의 왕’ 다이아몬드는 갈수록 빛을 잃고 있는 셈이다.
가격 하락의 주범은 랩그로운의 급성장이다. 실험실에서 다이아몬드의 탄소 결정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랩그로운은 이제 ‘가짜’가 아닌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최대 웨딩 플랫폼 ‘더 낫(The Kno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약혼반지 구매자의 61%가 랩그로운을 선택했다. 2020년 이후 239% 증가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원가가 낮아지면서 랩그로운의 판매가가 2018년 대비 90% 가까이 급락하자, 소비자들은 같은 예산으로 더 크고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가질 수 있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도 한몫했다. 중국 보석주얼리무역협회(GAC)에 따르면 중국 다이아몬드 시장 규모는 2021년 1000억 위안에서 2024년 430억 위안으로 57% 쪼그라들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패턴 변화가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다이아몬드 예물 시장 규모는 지난해 3701억원으로 2021년(6229억원) 대비 39.1% 감소했다. 랩그로운 비중은 14.6%로 커졌다. 세계다이아몬드위원회(WDC)의 신임 회장 로니 반더린든은 11일 “랩그로운의 급성장이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직원이 '오션 드림'으로 불리는 5.5캐럿의 팬시 비비드 블루-그린 다이아몬드를 선보이고 있다. 감정가는 700만~1000만 스위스프랑(약 130억~190억원)이다. AFP/연합뉴스
다이아몬드 시장의 지배자였던 드비어스의 위상도 쇠락하고 있다. 2024년 매물로 나와 2년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2년간 누적 감손액만 35억 달러(약 5조2000억원)에 달하며, 한때 92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로 평가받던 장부가치는 현재 23억 달러(약 3조4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천연 다이아몬드 업계는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드비어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원산지 추적 브랜드 ‘오리진(ORIGIN)’을 론칭하며 랩그로운이 흉내 낼 수 없는 희소성과 서사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랩그로운 업계와의 신경전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일부 랩그로운 업체들이 ‘합성’임을 명시하지 않고 ‘다이아몬드’라는 명칭을 단독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천연 업계가 요구한 ‘상품 분류의 명확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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