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0승 투수의 마무리행 성공한 실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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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영
야구에서 선발투수가 구원투수보다 비중이 높은 건 상식으로 통한다.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선발 자원으로 검증된 10승대 투수를 마무리로 돌리는 건 자칫 득보다 실이 큰 선택이 될 수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시즌 도중 모험을 감수하며 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건 뒷문 단속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1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마무리 투수 역할을 (선발 자원인) 손주영에게 맡긴다”면서 “일단 이번 주는 한 경기를 던지면 하루 쉬는 형태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1-1로 맞선 7회 손주영이 불펜에서 몸을 푸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이어진 8회 초에 LG가 4실점하며 등판이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13일 경기에선 5-3으로 앞선 9회 등판해 삼자범퇴로 막고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LG 마무리는 오른손 유영찬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47세이브를 거뒀고, 올해도 13경기에서 11세이브(1패)를 쌓아 올려 선두에 올라 있다. 평균자책점도 0.75로 준수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느껴 교체된 후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빈 자리가 휑하다. 지난 10일까지 유영찬 없이 치른 14경기에서 LG는 5할 승률(7승 7패)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세이브는 4개에 그친 반면, 블론 세이브가 6개나 됐다. 우강훈, 김진성, 장현식, 함덕주, 김진수 등 불펜 자원 여러 명이 대역으로 나섰지만 누구도 합격점을 받지 못 했다. 염 감독은 “역전패의 충격은 단순한 한 경기 그 이상”이라고 했다.
고심 끝에 꺼낸 카드가 ‘소방수 손주영’이다. 선발로는 일찌감치 검증을 마친 자원이다. 지난 2024년 9승 10패 평균자책점 3.79, 지난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다만 올 시즌엔 팔꿈치 부상과 우측 옆구리 근육 미세 손상이 겹쳐 복귀가 늦어졌다.
올해 첫 등판이던 지난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손주영은 2이닝을 던졌다.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최고 구속은 시속 151㎞를 찍었다. 염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서의 테스트였다”며 “일단 선수 스스로가 (새 역할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 멘털적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으로 접근하는 방식)에선 선수의 가치 측정 지표로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를 주로 제시한다. 지난해 손주영의 WAR은 3.82였다. 기존 마무리 유영찬(0.9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10개 구단 마무리 중 가장 높은 조병현(SSG 랜더스)도 3.37에 그쳤다. 손주영이 마무리로 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선발 역할에 비해 팀 기여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LG가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건, 그나마 선발진의 경우 대체 자원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LG는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 4위(3.91·12일 기준)다. 앤더스 톨허스트, 임찬규, 송승기, 라클란 웰스가 제 몫을 했고 요니 치리노스만 부상과 부진이 겹쳐 주춤했다. 최근 군복무를 마친 좌완 김윤식도 선발 활용이 가능하다.
과거 LG는 에이스를 마무리로 돌리는 파격으로 여러 차례 재미를 본 경험이 있다. 구단 역사상 세이브 1·3·4위에 오른 김용수(227개), 봉중근(109개), 이상훈(95개)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손주영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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