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로 코치로 감독으로…이상민의 우승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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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6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부산 KCC가 트로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CC는 챔프전에서 고양 소노를 4승1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7번째 우승. 정규리그 6위 팀의 챔프전 우승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한국 농구의 ‘영원한 오빠’ 이상민 부산 KCC 감독이 마침내 사령탑으로 첫 우승을 일궈냈다. ‘실패한 지도자’라는 세간의 비아냥에도 묵묵히 발걸음을 이어간 끝에 거둔 성과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KCC는 13일 경기도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시즌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고양 소노를 76-68로 물리쳤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챔프전을 마치며 2년 만이자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프전 MVP는 가드 허훈이 받았다.

KCC는 KBL 29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정규리그 6위 팀이 챔피언에 오르는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한 팀(KCC)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이 감독의 사례도 KBL 최초다.

우승 확정 직후 이 감독은 환호하는 KCC 선수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령탑으로 정상에 오르기까지 참고 견딘 지난 12년의 세월을 떠올린 듯했다. 우승 세리머니를 만끽할 땐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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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감독은 KCC에서 선수로도(위 사진) 감독으로도 모두 우승했다. [사진 KBL]

현역 시절 ‘이상민’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 스포츠 스타의 대명사였다.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을 겸비해 1990년대 소녀 팬들을 몰고 다녔다. ‘오빠 부대’라는 용어를 탄생 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프로 무대에서도 9시즌 연속 올스타 투표 1위에 올랐고, KCC에서만 세 차례 우승했다.

지도자 이력은 딴판이었다. 지난 2012년 서울 삼성에서 코치로 출발한 뒤 2년 뒤 지휘봉을 잡았지만, 이후 8시즌 동안 단 한 번의 우승도 경험하지 못 했다. 2016~17시즌 준우승이 최고 성과다. 이후 4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고, 2022년 1월 시즌 도중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2023년 여름, 이상민은 친정 KCC 코치로 컴백했다. 감독을 역임한 지도자가 코치를 맡는 건 이례적이지만, 개의치 않았다. 백의종군의 각오로 전창진 당시 감독을 보좌하며 전술·선수단 운영·스타 관리 등 ‘우승 청부사’의 자질을 배워나갔다. 그가 코치로 합류한 첫 시즌(2023~24)에 KCC는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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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감독은 KCC에서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모두 우승했다. [연합뉴스]

두 시즌 간 코치로 수련을 쌓은 뒤 그는 올 시즌 감독 역할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KCC는 허웅-허훈 형제를 비롯해 최준용, 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을 갖춘 ‘수퍼팀’이자 우승 후보로 주목 받았지만, 정규시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시즌 내내 온갖 부상 악재에 시달리다 6위로 PO행 막차를 탔다.

이 감독은 “우승은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보란 듯이 뒤엎고 승승장구했다. 6강 PO에서 원주 DB를 3연승으로 제압했고, 4강에선 정규리그 2위 안양 정관장을 3승1패로 돌려 세웠다. 비결은 ‘원팀 리더십’에 있었다. 개성 강한 스타 군단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지도자의 고집은 줄이고 선수들의 목소리를 우선 경청했다. KCC는 경기 중 이 감독이 작전을 설명할 때 선수들이 끼어들어 의견을 개진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일각에선 “작전 타임이 아니라 작전 토론 아니냐”며 비판하지만, 이 감독은 ‘소통의 농구’를 팀 컬러로 완성했다. 이 감독은 “감독으로서 우승을 경험하며 내 인생 마지막 소원을 이뤘다”면서 “감독이 극한직업인 것은 맞지만 우승으로 보답을 받으니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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