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 “120년 숙명의 자부심…AI·산학협력으로 글로벌 명문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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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서 기술이전 수입 4위
“여대는 이공계 약하다” 편견 깨
외국인 전용 한류국제대학 출범
MS·르노·몽클레어와 공동연구
융합 과정 통해 취업 경쟁력 높여
지난달 16일 숙명여대 총장실에서 문시연 총장이 학교 설립 과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906년에 세워진 숙명여대는 올해 120주년을 맞았다. 장진영 기자
2016년 3월, 숙명여대에 처음으로 공대생이 입학했다. 창학 110주년을 맞아 신설한 공과대학의 첫 신입생들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 동문 모임이 생길 정도로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분야 진출이 활발하다.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과 반도체 장비 기업 임원진에도 숙명여대 출신이 포진하는 등 ‘여대는 이공계가 약하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숙명여대는 오는 20일 창학 120주년 기념식을 연다. 숙명여대는 1906년 고종 황제의 계비인 순헌황귀비가 황실 재산을 기부해 세운, 국내 최초의 민족 여성 사학이다. 창학 120주년 슬로건은 ‘숙명의 자부심, 새로운 120년’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 새로운 미래상 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한다는 구상과 의지를 담았다. 2024년부터 숙명여대를 이끌고 있는 문시연 총장으로부터 미래 비전과 혁신 전략을 들었다. 다음은 문 총장과의 일문일답.
-총장이 120주년 기부 캠페인의 첫 주자로 나서 1억2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9월 모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먼저 기부했다. 이후 동문, 교직원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이런 흐름이 학교의 재정 건전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올해 국내 최초의 외국인 전용 단과대학(한류국제대학)이 출범했다.
“한류 덕에 많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을 찾는데, 정작 한류를 제대로 공부할 대학은 몇 군데 없다. K팝·K푸드·K뷰티 등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학위 수요를 충족시키려 한다. ‘한류는 일시적 흐름일 뿐 학문이 아니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숙명만이 잘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설득했다. 한류에 관심 많은 중동 등에서 유학생을 유치해 (다른 대학과) 차별화할 계획이다. 세네갈·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관계를 넓히고 있다. 외국인 학생(지난해 1434명)이 2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국적도 79개국으로 다양하다. 임기 내 외국인 학생을 전체 학생의 20% 수준(약 2800명)까지 늘리고 싶다.”
-공대를 신설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대학에서 이공계 비중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취업 시장도 굉장히 빨리 재편될 거다. 한때 각광 받던 코딩 분야에서 하루 아침에 대량 해고되는 세상이다. 흐름을 쫓을 생각만 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 인기가 높은 학문이 5년 뒤에도 그대로일지 의문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전 네이버 대표),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 오영선 부회장 모두 숙명여대 영문과 출신인데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몽클레어·에릭슨 등과 인재 양성 협약을 맺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양한 기업과 접점을 넓혀왔다. 산학협력은 학생에겐 살아있는 교육을, 기업엔 혁신의 기반을 제공한다. 또한 학생 취업에 머무르지 않고 대학·기업의 공동 연구까지 이어져야 바람직하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원형극장 앞에서 문시연 총장이 AI 시대 인재양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뒷배경은 숙명여대의 마스코트 눈송이. 장진영 기자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기술이전 수입(과학기술교수 1인당)이 전체 4위를 기록했다.
“최경민 화공생명공학부 교수가 창업한 ‘랩인큐브’가 지난 3월 147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금속유기골격(MOF) 소재를 생활 속 제품에 시도한 첫 기업이다. 국내 대기업이 만든 공기청정기에도 이 소재가 적용됐다. 이런 성과가 ‘여대는 이공계 경쟁력이 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여대 중엔 공학 전환을 고민하는 곳도 있는데.
“여대가 해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여성 지도자를 키워낸 한국의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한다.”
-‘마이크로디그리’(12학점의 단기이수 과정)를 3년째 운영 중인데.
“학과 간의 벽을 넘는 융합 과정이다. 주전공이 기초 체력을 탄탄하게 쌓는 과정이라면, 마이크로디그리는 트렌드가 빨리 변화하는 분야에 필요한 힘을 더하는 과정이다. 현재 22개 과정이 운영 중인데, 가장 인기가 많은 과정은 ‘콘텐츠 융합’으로 K드라마와 관련된 분야를 배울 수 있다. 재무빅데이터분석·인문사회디지털융합 등도 인기가 높다.”
-학생 취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90학점을 배워야 전공으로 인정했다. 이제는 36학점만 마쳐도 자기 전공이 된다. 과거 잣대로는 ‘가볍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융합의 시대에 맞게 제도도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요즘 학생들은 복수전공·부전공·연계전공·학생자율 설계전공 등을 통해 스스로 융합의 길을 찾고 있다.”
-AI 교수 영입,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라이즈(RISE·현 앵커) 사업에 선정되면서 AI 클러스터 구축의 핵심 기반이 되는 고성능 GPU 워크스테이션 12대 확보했다. 다만 고가의 물리적인 서버를 계속 늘리면 학교 부지가 더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다. 교내 수요에 맞는 클라우드형 GPU 운영 모델 도입을 논의 중이다.”
-AI 시대 인문학·어학 교육이 위기란 우려가 높다.
“AI를 가장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건 결국 인문학이다. 앞으로 AI·법·윤리 등 다양한 역량과 연결되면서 인문학은 한층 중요해질 것이다. 어학도 그렇다. 기초적인 번역은 AI가 할 수 있지만, 맥락·뉘앙스를 살리는 데는 한계다. 일부 분야가 변화하겠지만 어문학 교육은 단순한 언어 습득을 넘어, 그 세계의 역사와 정서를 꿰뚫는 지역 전문가를 길러내는 일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인재는 계속 필요하다.”
☞문시연 총장=1988년 숙명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파리 제3대학교(소르본누벨대학)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 연극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숙명여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로 부임해 한국문화교류원장·중앙도서관장을 맡았다. 프랑스문화예술학회장·한불협회장 등을 역임했고 2024년 9월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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