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직주근접 도시를 위한 제안, 사대문 안 인구 늘릴 건축 수단은[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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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
황두진 지음
해냄
건축가 황두진의 신간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는 파격적인 도시계획 제안서다. 현재 10만 명 이하로 추산되는 사대문 안 인구를 30만 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을 담았는데, 정책 제안을 한 편의 수필처럼 읽히게 하는 특이한 책이다. 서울 사대문 안(종로·중구)을 주요 소재로 하지만 결코 사대문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인구 감소와 외곽 팽창으로 ‘도심 야간 공동화’의 고민을 안고 있는 모든 지자체에 대한 진단으로 읽힌다.
올해 설 연휴 셋째 날인 지난 2 16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도로의 한산한 모습. 뉴스1
이 책은 더 많은 신도시를 만들고, 더 빠른 도로를 닦아 인구를 외곽으로 밀어내는 것을 발전의 증거처럼 여겼던 관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신도시 건설에 예산을 반복적으로 투입하는 대신에 이미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있는 기존의 ‘도심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많은 직장이 여전히 도심에 있는 상황에서 거주 지역이 갈수록 멀어지게 하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델인지를 저자는 묻고 있다. 하루 2~3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하는 현상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시 정책의 오류에서 비롯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장과 주택의 거리가 가까운 ‘직주 근접’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현재 기준으로 인구를 세 배나 늘리자는 ‘사대문 안 30만’은 언뜻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인다. 이런 의문을 의식한 듯 저자는 18세기 조선 시대 한양은 인구 20만 명이 넘는 ‘대도시’였으며, 1980년대만 해도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는 53만4천 명이었다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30만’ 목표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건축적 수단’이 조선 시대는 물론 1980년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건축적 수단’이 단순히 층수만 높이는 초고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대문 안 30만’의 직주 근접을 위한 핵심 수단은 ‘복합화’에 있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무지개떡 건축’과 ‘카멜레온 건축’이다. 무지개떡 건축이란 하층부는 상가, 중층부는 일터, 상층부는 집이 결합된 형태로, 길거리의 활력을 살리면서도 직주 근접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카멜레온 건축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내부 용도를 쉽게 바꾸는 유연함을 갖추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구상은 기존의 건설·교통 전문가로부터 현실성 떨어지는 ‘낭만적 이상론’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문화재 관련 역사 유산의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보여준 ‘발상의 전환’은 되새겨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저자에 따르면 ‘도심으로의 회귀’는 도쿄, 파리 등 세계적 도시에서 이미 진행되는 변화라고 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신도시 개발과 광역 교통망(GTX) 확충은 새로운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이런 점을 6월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검토해 보면 좋겠다. 그동안의 지방 정치가 얼마나 빨리 중심지로 이동하느냐에 예산을 쏟았다면, 이 책은 이동할 필요가 없는 도시가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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